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연일 당 중진 의원들의 불출마‧수도권 출마를 압박하는 등 개혁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김 전 비대위원장 사무실에서 만나 악수하는 장면 / 뉴시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연일 당 중진 의원들의 불출마‧수도권 출마를 압박하는 등 개혁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김 전 비대위원장 사무실에서 만나 악수하는 장면 / 뉴시스

시사위크=송호영 기자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연일 당 중진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와 수도권 출마를 압박하고 있다. 인 위원장은 “한 두 명만 결단하면 따라오게 돼 있다”며 영남 지역 중진 의원들을 종용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새다. 

◇ 인요한 “한 두 명만 결단하면 따라올 것”

인 혁신위원장은 지난 6일 채널 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중진 의원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인 위원장은 “이순신 장군도 죽었기 때문에 영웅이 됐다”며 “서울에 출마해 떨어져도 다른 할 일도 많고, 다시 4년 후에 출마할 수 있다. 당과 나라를 위해 왜 못하는가. 오히려 용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당 중진 의원들을 향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직접 만나서 설득한 인물이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인 위원장은 “어제 저녁에도 전화했다. 결단 내리라고 여러 명한테 얘기했다”며 계속 설득 중임을 밝혔다. 그는 “이름을 거명하는 것은 월권이다. 그 분들이 알아서 스스로 멋있는 행동을 해야한다”며 “그 중에 한 두 명만 결단을 내리면 따라오게 돼 있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인 위원장의 권고를 최고위 의결 사항이 아닌 개별 의원이 결단해야 할 영역으로 보고, 공식 반응을 자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김기현 “가질 수 있는 큰 영광은 다 이뤄”

이런 가운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의 거취에 대해 “국회의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큰 영광은 다 이뤘다”고 말한 것으로 7일 전해졌다. 김 대표의 발언은 인 혁신위원장의 '불출마‧수도권 험지 출마' 권고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인 위원장의 권고 직후 김 대표가 “혁신위가 종합적으로 제안해오면 정식 논의 기구와 절차를 통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원론적 입장을 취한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김 대표는 울산광역시장을 지낸 바 있고, 현재는 울산 남구을을 지역구로 둔 4선 의원이다. 인 위원장의 권고대로라면 국민의힘 대표일 뿐만 아니라 영남 지역의 대표 국회의원인 김 대표는 불출마‧수도권 험지 출마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날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대표의 행보에 대해 “여러가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김기현 대표께서 과거에 저희와 대화하면서 본인 스스로도 국회의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큰 영광은 다 이뤘다는 말씀 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김 대표가)당 대표, 원내대표, 울산시장을 역임하는 과정을 말씀하셨다”며 “충분히 당과 어떤 국가 발전의 측면에서 이젠 검토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인 위원장의 권고에 대해 “심도 있는 정무적, 전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 김종인 “험지 출마 의미 없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7일 오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회동하며 개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인 위원장은 이날 '측근들의 데드라인은 언제까지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 얘기는 다 나온 얘기고, 이제 미래 얘기, 청년 문제, 일자리 문제, 민생의 문제 등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며 말을 돌렸다.

인 위원장은 회동 이후 기자들에게 “민생문제 경제문제에 많은 조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이 “(인 위원장이) 의사로서 처방은 참 잘했는데 환자가 약을 안 먹으면 어떡하나, 실제로 변화를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험지 출마는 의미가 없다”며 인 위원장의 혁신안 실행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김 전 위원장은 “우리나라 역사상 국회의원이 공천을 스스로 포기한 예가 거의 없었다. 인 위원장 말씀대로 스스로 해보라는 것은 그 사람보고 정치 그만하라는 얘기”라며 “그 사람들 인생을 걸고서 해왔는데 그걸 그만두겠냐”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또 “국민의힘이 정책상 좋은 것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실행하려 노력했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안 벌어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약(개혁)’을 안 먹을 것이라고 평가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대통령께서 어떤 자세를 갖느냐에 달려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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