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윤심 발언을 직격했다. 대통령을 당무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윤심 발언을 직격했다. 대통령을 당무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윤심(尹心)’ 발언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제동’을 걸었다. 당 지도부를 비롯한 친윤·중진 의원들이 공개 반발하자 압박 수위를 높이려던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당내 반발을 부추긴 꼴이 된 것이다. 일각에선 윤심 발언을 꺼낸 것이 오히려 혁신위의 ‘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당과 혁신위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혼란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당무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당 내부 문제는 당의 공식기구가 있다. 당 지도부가 공식기구와 당내 구성원과 잘 협의해서 총선을 준비하고 당내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이고 잘 작동하고 있다”며 “혁신위도 공식기구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비판은 전날(15일) 인 위원장이 친윤·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 및 불출마 제안에 ‘윤심’이 실려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직격한 것이다. 인 위원장은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거침없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 열흘 전에 여러 사람을 통해 (대통령을) 뵙고 싶다고 했다”며 “대통령이 직접 연락온 건 아니지만, 돌아온 말씀이 ‘만남은 오해의 소지가 너무 크니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소신껏, 당에 필요한 것을 거침없이 해라 이러한 신호가 왔다”고 했다.

인 위원장의 메시지는 곧장 당내에서 지도부와 친윤·중진 의원들에 대한 ’압박용‘으로 해석됐다. 혁신위가 줄곧 험지 출마 및 불출마를 권고했음에도 해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해왔다. 혁신위 내부에서는 권고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를 가정, 조기 해체 가능성까지도 거론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심’을 꺼낸 인 위원장의 발언은 무게추를 혁신위 쪽으로 옮겨오는 효과를 가져온 셈이다. 

대통령실에서는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당내 갈등은 점점 더 격화되는 모양새다. 당내에서는 인 위원장의 발언이 실제로 용산의 ‘의중’이라고 하더라도, 단순한 ‘격려 차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날(15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혁신위가 혁신의 전권을 가지고 일하는 만큼 그만큼 잘했으면 좋겠다는 응원하는 메시지를 낸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 당내 비판에 한발 물러선 혁신위

인 위원장이 ‘윤심’을 꺼내든 것이 경솔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발언을) 꼭 공개적으로 하실 필요까지 있었을까 싶다”며 “힘의 균형을 논하는 순간 혁신위는 정치적 공학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인 위원장이) 대통령한테도 할 이야기를 하겠다고 해놓고 (대통령과의) 수직관계를 다시 성립하는 이야기를 한다면 그건 인 위원장의 한계가 여기 와 있는 거 아니냐 이렇게 본다”고 꼬집었다.

갈등 상황이 당과 혁신위 모두에게 득이 될 게 없다는 점에서 당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하겠다던 김 대표가 인 위원장과 충돌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비판도 고개를 들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전권을 주고 영입했는데 당 대표가 혁신위를 비판한다는 건 자가당착”이라고 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KBS ‘특집1 라디오 오늘’에 출연해 “김기현 지도부랑 인요한 혁신위는 운명공동체”라며 “인요한 혁신위가 무너지면 김기현 체제도 같이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는 혁신위의 험지·불출마 제안의 무게감이 다른 만큼 이를 받아들일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불출마한다는 건 단순 불출마가 아니고 정치를 그만두는 정계 은퇴 선언”이라며 “보름 안에 결정하라고 하는 건 무리한 일”이라고 했다. 이는 김 대표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앞서 김 대표는 ‘급발진’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혁신위의 행보에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 대표의 ‘비판’에 혁신위는 일단은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이날 기자단 알림을 통해 “혁신위는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혁신위도 당 지도부도 한마음으로 합심해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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