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그간 논란이 많았던 대의원제와 관련해 대의원의 권한을 축소하기로 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표의 가치를 축소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당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와 존중한다는 입장이 공존하면서 계파 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27일 오전 국회에서 당무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안을 의결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당무위 후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비중을 전체의 70% 기준으로 하되,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비중 차이를 20:1 이내로 한다”고 전했다.

현재 민주당 전당대회 선거는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일반 국민 10%, 일반당원 5%의 반영 비율이 적용된다. 여기서 대의원과 권리당원 반영 비율은 70%로 유지하고 권리당원과 대의원 표의 가치를 20:1 미만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간 대의원 1표의 가치가 권리당원 60표와 비슷했던 만큼, 권리당원 표의 가치를 3배가량 높이는 셈이다. 이번 안건은 다음 달 7일 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쳐 처리될 예정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당무위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의 등가성은 매우 중요한 가치”라며 “민주당의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1인 1표제에 대한 열망이 매우 큰 건 사실이다. 그 방향으로 가야 하긴 하겠지만 단번에 넘어서기는 어려운 벽이어서 점진적으로 바꿔 나간다는 점들을 이해하고 용인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 비명계 ‘반발’… 중립 의원 “존중한다”

그간 대의원제와 관련된 논의에 대해서는 당내에서 이견이 많았다. 김은경 혁신위에서도 대의원제 폐지를 논의했지만,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 반발이 적잖게 나오면서 결론을 내지 못한 바 있다.

비명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다시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당내 ‘혁신계’를 자청하는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내에서는 “당내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이 대표의 지지자가 권리당원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권리당원 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당내 다른 목소리를 축소시키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원칙과 상식의 구성원인 김종민 의원은 전날(26일) 전문가 초청 토론회에서 “민주당은 대의원을 근간으로 하는 정당”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대의원 없는 정당은 없다는 점에서 대의원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유튜브 일부 목소리와 당 팬덤으로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당내 민주주의 포기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시점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총선을 앞두고 공천 때문에 의원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며 “이럴 때를 틈타서 하는 전형적인 꼼수 정치”라고 쏘아붙였다.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을 달래기 위해 권리당원의 권한을 강화시켰다는 해석도 나왔다. 조응천 의원은 “개딸(강성 지지층)들이 조금 화가 났는데, 이를 달래려는 취지로 이런 것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는 지도부가 ‘암컷 발언’과 관련해 최강욱 전 의원을 징계하자 강성 지지층이 반발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은 지도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아무튼 비율은 똑같다”며 “제대로 된 민주적인 절차로 가자는 것이라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계파색이 옅은 중진 의원도 통화에서 “그동안 대의원제에 대한 실효성에 문제가 있었다”며 “60:1의 비중도 너무 컸던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발표 시점을 지적하는 것에 대해서는 “왜 지금 긁어 부스럼을 만드냐고 하는 비판도 있다”면서도 “대의원 표의 비중이 높다는 비판이 많았다. 지도부가 아마 이것을 혁신의 하나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처럼 당내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계파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당이라고 하는 게 다양한 입장이 있는 게 기본”이라며 “이견이 있는 건 당연하고 충분한 협의와 논의를 거쳐서 의견들을 모아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권 수석대변인도 “20:1 정도는 당 내 공감이 있는 범위라는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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