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출근하고 있다. 인 위원장은 이날 회의 후 혁신위의 공식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 뉴시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출근하고 있다. 인 위원장은 이날 회의 후 혁신위의 공식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42일 만에 활동 종료를 공식화했다. “와이프하고 아이만 빼고 다 바뀌어야 한다”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말을 인용하며 호기롭게 출발했으나, 당 지도부와 주류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중진 희생 등 굵직한 혁신안은 고스란히 당 지도부의 몫이 됐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민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당의 의지는 이번 혁신위의 조기 해체로 사실상 물거품이 된 모습이다.

◇ 지도부에 밀려 ‘아쉬운’ 퇴장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실상 오늘 혁신위 회의로 마무리를 한다”며 “월요일(11일) 보고로 혁신위원회 활동은 다 종료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원과 언론인 여러분이 따뜻하게 지켜봐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혁신안 보고 후 백서를 만드는 것으로 혁신위의 활동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출범한 혁신위는 당 안팎의 기대와 불안 속에 공식 출범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통해 싸늘한 민심을 확인한 만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의 전면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건강한 당정 관계서부터 당내 통합 등 혁신위가 당면한 과제들은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인 위원장의 거침 없는 행보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듯했다. 이준석 전 대표 등에 대한 징계 해제를 건의한 ‘1호 혁신안’을 비롯해 ‘국회의원 특권 배제’ 등 안건은 당 안팎에선 나름 긍정적 평가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혁신위가 결국 한계에 부딪쳤다. 지도부를 비롯한 친윤·중진 의원들의 ‘희생’을 요구하면서다. 인 위원장은 “대통령을 사랑하면 결단을 내리라”는 취지의 발언까지 아끼지 않으며 이들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지만, 당내 반발만 불러일으켰다. 대상이 되는 의원들은 공식적으로 이에 ‘반기’를 들었고, 당초 ‘전권 부여’를 공언했던 김기현 대표도 ‘속도 조절’을 요구하며 난색을 표했다. 거침없던 혁신위가 ‘저항’에 부딪힌 것이다.

중진 의원들의 반발과 당 지도부의 무응답 속에 인 위원장은 자신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고 했지만, 이 역시도 무위로 그쳤다. 오히려 당내 불만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갈등은 지난 4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중진 희생’ 혁신안이 논의되지 않으면서 격화됐다. 당 지도부는 혁신위의 보고 요청이 없었다고 했지만, 혁신위는 보고 요청이 있었음에도 당이 ‘일괄 보고’를 요구했다고 맞섰다.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은 전날(6일) 회동을 통해 갈등을 봉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긴 호흡’을 언급하며 혁신안을 즉각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혁신위의 동력도 상실됐다. 인 위원장은 이날 김 대표를 겨냥 “혁신위원장을 맡게 되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정치가 험난하고 어려운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많이 배우고 간다”는 뼈 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혁신위가 수술 대상으로 여겼던 당 지도부와 주류 세력에 의해 밀려나는 모양새가 되면서 당내에서는 비판이 새어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한편의 개그콘서트를 보여주고 떠났다”며 “그래도 우리 당의 변혁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당원과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지만 기득권 카르텔에 막혀 좌절했다”고 꼬집었다. 

화살은 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로 향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전권을 주겠다 했는데 전권이 아니라 무권이다”라며 “(혁신위가) 전적으로 거부당했다”고 평가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혁신위가 아주 열심히 했지만 당 지도부의 비협조로 용두사미가 된 것 같다”며 “국민들은 김기현 지도부의 혁신 의지가 강하지 않다는 것만 확인했다”고 했다.

당 지도부의 태도도 태도였지만, 혁신위의 태생적 한계도 이번 실패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시작은 창대했지만, 결과는 미미했다”며 “김기현 지도부에 (혁신위가) KO패 당했다”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혁신위가 당초 출범할 때부터 정확한 스탠스를 갖지 못했다”며 “(아울러) 인 위원장이 개인적 의욕이 너무 과하다 보니 실수도 많았고 결국 국민들에게는 불신감을, 당내에서는 반발을 자초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