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게 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과 ‘차별화’에 방점을 찍었다. ‘운동권 특권정치’, ‘개딸 전체주의 세력’ 등 강한 어조를 사용하며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야당과의 전면전을 불사하며 ‘대야 투쟁력’을 보여온 한 위원장이 정치인으로서 첫 메시지를 야당 비판에 할애하면서 여야 관계는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26일 전국위원회를 소집하고 한 위원장 임명안을 가결했다. 전국위원 재적 824명 중 650명(78.88%)이 참여한 투표에서 96.4%(627명)의 찬성표를 얻었다. 한마디로 압도적 지지를 확인했다.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까지 아울러 내년 총선 승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적임자로 한 위원장을 지목한 셈이다.

당의 전폭적 지지 속에 출범한 ‘한동훈 비대위’의 방향성은 민주당과의 차별화에 방점이 찍혀 있는 모습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진행된 취임 입장 발표에서 “중대범죄가 법에 따라 처벌받는 걸 막는 게 지상목표인 다수당이 더욱 폭주하면서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망치는 걸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 위원장은 ‘운동권 특권 세력’ ‘개딸 전체주의’라는 강한 어조로 민주당을 직격했다. 그는 “당을 숙주삼아 수십년 간 386이 486, 586 되도록 썼던 영수증을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며 “이 대표의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 세력과 개딸 전체주의 세력과 결탁해서 자기가 살기 위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지금의 이재명 민주당의 폭주를 막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상식적인 사람들이 맞이한 현실은 우리 모두 공포를 느낄 만 하다”며 “우리는 상식적인 국민들을 대신해 이 대표의 민주당과 그 뒤에 숨어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운동권 특권세력과 싸울 것”이라고 했다. 당이 이러한 ‘용기’와 ‘헌신’을 가질 때 정치적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수직적 당정관계’는 원론적 입장 되풀이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상대 당 대표가 일주일에 세 번, 네 번씩 중대범죄로 형사재판을 받는 초현실적인 민주당임에도 압도하지 못하는지 함께 냉정하게 반성하자”고 했다. ‘운동권 특권정치’를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당이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게 한 위원장의 생각이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집권 여당으로서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그가 꼽은 선결 조건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선당후사 대신 선민후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신은 이번 총선에 불출마 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향후 공천 과정에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는 이들에게만 공천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에 대한 작심 비판을 쏟아낸 한 위원장이지만, 정작 당의 비상상황을 야기한 근본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당 안팎에서 줄곧 지적돼 온 ‘수직적 당정관계’와 관련해서 “사극에서나 나올 법한 궁중 암투는 이 관계에선 끼어들 자리가 없다”고 선을 그은 게 대표적이다. 한 위원장의 첫 정치적 시험대로 거론된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선 “총선용 악법이라는 입장은 충분히 갖고 있다”고만 답했다. 

이러한 한 위원장의 발언에 즉각 민주당이 반발해 정국 경색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야당에 대한 비난으로 점철된 취임 첫 일성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과 다를 것이 없다”며 “한 위원장은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지령을 전달할 대리인이고 김건희 여사를 지키기 위한 호위무사”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어떻게 취임 첫 일성으로 그간의 국정운영 실패,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반성 한마디 없이 제1야당 대표에 대해 모독과 독설부터 내뱉는가”라고 했다.

한편, 신당 창당을 예고한 이준석 전 대표를 포용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요구도 후순위로 미뤄 둔 모습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오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탈당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우리 당은 자유민주주의 정당이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많은 분들이 모일수록 강해진다”며 “취임하게 되면 다양한 생각을 가진 많은 분들을 진영과 상관없이 만나고 경청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선 특정한 분들을 전제해서 어떤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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