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는 22일 가입유형에 따른 차별적 지원금을 허용하는 ‘단통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사진은 신도림 테크노마트 매장. / 조윤찬 기자
방송통신위원회는 22일 가입유형에 따른 차별적 지원금을 허용하는 ‘단통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사진은 신도림 테크노마트 매장. / 조윤찬 기자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정부가 단말기 지원금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단통법 시행령’ 개정에 나섰다. ‘단통법’을 폐지하기에 앞서 시행령을 통해 가입자 유형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 지급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소비자를 위해 제정된 ‘단통법’은 다시 소비자를 위해 폐지가 추진되는 중이다.

◇ 지원금 경쟁 과열로 제정

정부는 올해 주요 정책 가운데 하나로 ‘단통법’ 폐지를 강조하고 있다. 국민 단말기 가격이 높아지는데 ‘단통법’이 지원금 지급 규모를 제한하고 있어 이를 개선한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국민 통신비 부담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행 ‘단통법’은 △번호이동,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 가입 유형 △이동통신서비스 요금제 △이용자의 거주 지역, 나이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의 이유로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금지한다. ‘단통법’은 당시 지원금 경쟁이 과열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2014년 제정됐다.

소비자는 공시지원금과 해당 지원금의 15% 범위 내에서 추가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단통법’을 통해 소비자들은 공시된 지원금을 받게 됐다. 그러나 단말기 유통시장에선 추가지원금 상한선을 넘어가는 지원금 지급은 일상이 됐다. 공시지원금만으로는 소비자를 유인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단말기 유통업계는 “소비자를 위해 단말기를 싸게 판매하는 것이 불법인 상황”이라며 ‘단통법’ 제정 때부터 폐지를 주장했다.

◇ 가입유형에 따라 차등 지급 허용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22일 가입유형에 따른 차별적 지원금을 허용하는 ‘단통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해당 시행령은 번호이동,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에 대해 통신시장에서 지원금 경쟁을 활성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방통위는 시행령 개정안 3조에 ‘이동통신사업자의 기대수익 및 이용자의 전환비용 등을 고려해 방통위가 고시하는 가입유형에 따른 지급기준에 따라 이동통신사업자가 지원금을 지급하는 경우’를 차별적 지원금 지급 금지의 예외 사항으로 신설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번호이동이 예외기준 내용으로 들어간 것이 핵심”이라며 “번호이동은 통신사간에 가입자 이동이 발생하는 것이다. 신규가입과 기기변경도 내용에 들어간다. 시행령 시행일에 맞춰 지급기준이 고시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국인동통신유통협회(KMDA)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단말기 수요는 1,200만대로 2014년 ‘단통법’이 시행되기 전(2,200만대) 대비 대폭 감소했다. 고가 플래그십 스마트폰 위주의 단말기 시장과 ‘단통법’으로 인한 지원금 제한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단말기 유통업계는 ‘단통법’ 폐지 움직임을 환영하고 있다. 지원금 경쟁으로 소비자들의 단말기 구매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앞서 증권가에선 번호이동 가입자 유치경쟁이 발생하면 통신사 마케팅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마케팅비 증가 전망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자율적인 마케팅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시행령을 개정하는 취지다”고 전했다. 이어 “고시에는 이용자의 전환비용이 어떤 비용인지 정하고 통신사가 어느 수준까지 지원금이 가능한지 세부 기준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 고가 요금제 유도 우려

하나증권의 김홍식 연구원은 23일 보고서에서 “가입자 유형별 지원금 차등 허용은 잠재적 시장 과열의 변수가 될 수 있다”며 “향후 타사 고가 요금제 채택 가입자 위주로만 높은 지원금을 지급하고 우량 가입자를 뺏어 오는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 그동안 가입자 유형별 지원금 차별 금지는 단말기 유통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분석했다.

지원금 차별 지급 허용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지는 지켜봐야 안다. 기존에 단말기 유통점은 과도한 지원금을 지급해 판매할 때 고가 요금제 의무가입 조건을 제시했다.

13일 <전자신문> 보도에 따르면 신도림의 한 판매점은 갤럭시S24 기본모델(출고가 115만5,000원) 단말기를 10만원대 가격으로 제시했다. 현행 ‘단통법’으로는 공시지원금 50만원과 최대 추가지원금 7만5,000원이면 58만원이 최저가다. 여기에 유통점은 40만원 이상의 지원금을 더 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지원금을 받으려면 10만원대 고가 요금제 가입과 유료 부가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점이다. 현재는 불법이지만 단통법 시행령이 개정되고 ‘단통법’이 폐지되면 이러한 판매 방식이 허용될 수 있다.

당장 단말기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지만 장기간 고가의 요금제를 유지하게 되면 지원금을 받은 효과는 상쇄될 수 있다. 통신업계는 수익구조를 위해선 고가 요금제일수록 더 많은 지원금을 책정할 수밖에 없다. 평소 고가 요금제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아니라면 지원금 경쟁이 통신비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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