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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 전락한 배달의민족, 본질을 놓쳤다
‘공공의 적’ 전락한 배달의민족, 본질을 놓쳤다
  • 권정두 기자
  • 승인 2020.04.10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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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이 요금체계 개편으로 홍역을 치렀다.
배달의민족이 요금체계 개편으로 홍역을 치렀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이달 들어 요금체계 개편에 나선 배달의민족이 거센 후폭풍을 마주하고 있다. 결국 열흘 만에 개편안이 전면 철회됐지만,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배달의민족 입장에선 민감한 시기에 논란만 일으킨 꼴이 됐다.

◇ 요금체계 개편이 몰고 온 거센 후폭풍

배달의민족이 단행한 요금체계 개편의 핵심은 정률제인 수수료제를 중심으로 삼고, 기존 정액제 방식의 비중을 크게 낮춘 것이다.

이는 기존 방식에서 나타났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였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이른바 ‘깃발꽂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일부 업소가 정액제 광고 과다 중복 가입으로 노출 및 매출 확대를 노리면서, 다른 업소와 이용자들이 피해 및 불편을 입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새로운 요금체계는 ‘깃발꽂기’ 문제를 해소하기에 충분했다. 배달의민족을 통해 발생한 주문 매출 중 일부를 수수료로 내는 서비스(오픈서비스)에 가입하면, 가입한 모든 업소가 가장 좋은 위치에 공평하게 한 번씩 노출됐다. 노출 순서는 거리를 기준으로 구분하되, 랜덤 방식이 적용됐다. 해당 서비스에 가입하면 다양한 기획전 등 여러 카테고리에 노출되는 혜택도 주어졌다.

반면, 정액제 광고 서비스는 최대 3번까지 중복 가입이 가능하도록 제한됐다. 그마저도 오픈서비스 다음에 배치됐고, 오픈서비스에 비해 혜택도 많지 않았다.

배달의민족은 이와 함께 전 세계 최저수준의 수수료가 적용되고, 전체 업소 중 52.8%가 비용 감소 효과를 보게 되며, 특히 영세·신규 업소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내 거센 후폭풍이 일어났다. 배달의민족이 뭇매를 맞은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먼저, 비용이 증가하는 업소 또한 상당했고 각 업소의 상황 및 사정이 천차만별이었다. 일례로 ‘깃발꽂기’를 하지 않고도 좋은 품질 및 서비스를 앞세워 쏠쏠한 매출을 올려왔던 업소는 이번 요금체계 개편으로 오히려 비용이 증가했다. 배달의민족이 만들어놓은 기존의 구조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깃발꽂기’ 경쟁에 합류했던 업소 역시 갑작스러운 비용 증가로 불만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배달앱 시장에서 절대적 지위를 지닌 배달의민족의 탐욕이 의심을 받았다. 요금체계 개편이 결국 배달의민족 수익 증대를 위한 조처라는 비판이었다. 특히 ‘깃발꽂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내놓으면서 그 원인이었던 정액제 광고 방식을 완전히 폐지하지 않으면서 이중과금 논란도 제기됐다.

타이밍도 좋지 않았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사회 전반은 물론, 소상공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요금체계 개편이 단행되면서 더 큰 반발을 샀다. 배달앱이 코로나19 사태의 수혜 업종으로 떠오른 터라 배달의민족을 향한 여론은 더욱 싸늘했다.

◇ 결국 전면 백지화… 흔들리는 배달의민족

비판이 거세지자 배달의민족은 이내 고개를 숙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려워진 상황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며, 새 요금체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선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배달의민족을 이용하지 않고 업소에 직접 전화를 걸어 주문하는 방식의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고, 각 지자체 차원에서는 ‘공공 배달앱’ 개발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싸늘해진 여론은 배달의민족의 사업구조에 대한 논란과 합병 및 그에 따른 독과점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우선, 업소와 이용자를 중개하는 역할 뿐인 배달의민족이 손 안대고 코를 풀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겨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이번 논란으로 각 업소 및 배달앱 사이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드러난 가운데, 합병에 따라 독과점 지위가 더욱 공고해질 경우 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배달의민족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은 구체적인 수치로도 확인된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분석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수수료체계에 대한 반응은 3월까지만 해도 긍정률과 부정률이 28.5%로 동일했으나, 4월 들어서는 긍정률이 10.4%로 급락한 반면 부정률은 57.2%로 급등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측은 “게시물에 해당 키워드와 함께 어떤 의미의 단어들이 포함돼있는지를 분석한 것으로, 빅데이터 감성어 분석은 충분히 참고할만하다는 게 정설이며 업계에서도 중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배달의민족은 10일 재차 사과문을 발표하고 요금체계 개편을 없던 일로 하겠다고 밝혔다.

배달의민족은 “각계의 충고와 업주님들의 질타를 깊이 반성하는 심정으로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이번 사태로 저희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의 무게감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앞으로 주요 정책의 변화는 입점 업주님들과 상시적으로 소통해 결정하겠으며 정부의 관계부처, 각계 전문가들과도 머리를 맞댈 것”이라고 강조했다.

플랫폼 산업은 플랫폼에 참여한 구성원들이 남긴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본질이다. /픽사베이
플랫폼 산업은 플랫폼에 참여한 구성원들이 남긴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본질이다. /픽사베이

◇ 플랫폼 산업, 수수료 아닌 데이터가 핵심

사실, 배달앱 시장의 선두주자인 배달의민족은 그동안 긍정적인 역할을 한 측면이 많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배달앱 시장을 개척한 장본인이자 배달음식 시장이 양적·질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게 만든 주역이었다.

실제로 배달의민족이 등장하면서 더 많은 자영업자들이 배달음식 시장을 토대로 영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더 나아가 배달의민족은 장부관리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유용한 소모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등 자영업자들을 위한 지원에도 많은 공을 들여왔다.

또한 이용자들은 더욱 편리하게 더욱 다양한 음식을 배달로 즐길 수 있게 됐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지만 배달노동자 역시 과거에 비하면 근무여건이나 처우가 많이 개선됐다. 배달음식 시장이 확대되면서 일자리가 늘어난 것도 분명 사실이다.

뿐만 아니다. 배달의민족은 조리로봇·서빙로봇·배달로봇 등의 개발도 적극 진행 중이다. 단순히 배달음식 주문을 중개해 돈을 버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요식업 전반의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달의민족이 ‘공공의 적’으로 전락한 근본원인은 본질을 간과하고 있는 점이 크다.

플랫폼 산업은 4차산업혁명시대의 핵심 산업으로 꼽힌다. 한층 발전된 인프라를 기반으로 더욱 빠르고 편리한 플랫폼을 다양하게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산업을 확장시키고,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산업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배달앱은 이 같은 플랫폼 산업의 대표주자다. 배달음식 시장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배달앱은 여기에 보다 편리한 주문 및 결제 시스템 등을 적용하고,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더 많은 이용자와 업소를 끌어 모았다. 이는 배달음식 시장을 확대로 이어졌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운송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아 이용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택시 플랫폼 앱을 통해 간편하게 택시를 호출해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한다. 더욱 뛰어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규 모빌리티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또한 택시와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전형적인 플랫폼 산업이다.

이처럼 플랫폼 산업은 4차산업혁명시대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중요한 것은 플랫폼 산업의 수익구조 또한 과거와 달라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을 비롯해 현재 플랫폼 산업의 대부분은 중개 수수료를 챙기는 과거의 수익구조에 머무르고 있다.

플랫폼 산업이 그저 중개 수수료를 챙기는 수익구조에 머문다면 이는 4차산업혁명시대의 핵심 요소로 보기 어렵다. 그저 기존 산업을 스마트폰으로 옮겨오는 수준에 불과하게 된다.

플랫폼 산업이 추구해야하는 방향은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산업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다. 배달의민족을 이루고 있는 모든 구성원들은 ‘데이터’를 남긴다. 주문한 메뉴와 수량, 주문 시간, 주문자 정보를 비롯해 소요된 조리시간과 배달경로, 배달시간 등 모든 것이 데이터다.

이 데이터는 4차산업혁명시대의 또 다른 핵심 요소로 꼽히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발전시키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다. 방대하게 쌓인 데이터는 상권분석은 물론 업소 관리용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 자율주행 배달로봇 개발 등 무궁무진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즉, 업소·이용자·배달노동자 등 배달의민족 플랫폼 구성원들은 이미 데이터라는 중요한 수수료를 제공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정액제냐 수수료제냐를 놓고 고민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제공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 가치를 창출할지 고민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시대, 그리고 플랫폼 산업의 선두주자인 구글을 보자. 어마어마한 정보의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수수료는 받지 않는다. 그 흔한 광고배너조차 없다. 대신 구글은 이용자들이 남긴 방대하고 소중한 데이터를 활용해 가치를 창출하고, 수익을 올린다.

비록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지만, 배달의민족은 분명 국내 배달음식 시장의 발전을 주도한 주역이다. 영세·신규 업소를 위해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고, 배달의민족의 진정성 또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플랫폼 산업으로서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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