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1 11:37
[공수처 속도전] 출범 두고 여야 셈법 복잡
[공수처 속도전] 출범 두고 여야 셈법 복잡
  • 서예진 기자
  • 승인 2020.09.22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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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임명 과정상 야당의 비토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법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얼어붙은 여야 정국이 더욱 이어질 조짐이다. 사진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열린스튜디오 개소식'에 참석하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당정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출범을 위해 야당의 비토권을 없앤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공수처장 추천위원 구성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열린스튜디오 개소식'에 참석하는 모습.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당정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출범을 위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야당의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했다.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여야 교섭단체가 아닌 국회가 선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이 추천권 행사를 거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선출 규정 자체를 바꾼 것이다.

◇ 공수처 출범 속도내는 당정

법사위는 21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여야 교섭단체 2명씩 추천위원을 뽑도록 한 것을 국회가 4명 모두 임명할 수 있도록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같은당 백혜련·박범계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은 숙려기간을 거치지 않아 함께 상정되지 않았지만, 민주당은 김 의원안이 소위로 넘어가면 병합해서 심사할 예정이다. 

같은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권력기관 개혁회의를 열고 공수처의 조속한 출범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입법과 행정적인 설립 준비가 이미 다 끝난 상태인데도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며 “조속히 출범해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당정청이 합심하고 공수처장 추천 등 야당과의 협력에도 힘을 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22일 야당을 향해 “시간끌기로 공수처 설치를 좌초시킬 수 있다는 기대는 하지 않으시길 바란다”며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호중 법사위원장도 같은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경수사권 관련 검찰개혁이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공수처 역시 내년 1월 1일 이전에는 설립돼서 개혁된 검찰 조직이 출범할 때 함께 출범이 돼야 한다”고 공수처 출범 시기를 못 박았다.

◇ 민주당의 협상과 압박 카드

민주당은 현재 ‘원내 지도부-법사위’ 투트랙으로 강온전략을 취하고 있다. 우선 원내지도부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북한인권재단 이사와 특별감찰관 추천을 조건으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추천도 가능하다고 밝히자 곧바로 수용하겠다고 응수했다. ‘협치’를 내세운 이낙연 체제가 들어선 이후 다소 변화한 모습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하지만 원내 협상과는 별도로 법사위는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법사위원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21일 ”9월 중 공수처법에 따른 (출범에)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대체입법을 통해서라도 공수처(설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못박았다. 9월까지 여야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야당을 배제한 채 공수처법을 개정해 추천위원회 구성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미다. 10월은 국정감사, 11월은 예산 심의로 사실상 공수처법 심사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하는 것을 최후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 ‘여당 독주 프레임’에 휘말릴 경우 역풍이 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야당이 협상을 ‘시간 끌기’ 목적으로 이용할 시 곧바로 법안 처리 강행이 가능하다는 뜻을 비치고 있다. 

◇ 국민의힘, 개정안 무력화 시도

이같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 구성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그간 국민의힘은 공수처 조기 출범에 사활을 건 여당에 맞서 헌법소원을 제기한 뒤 결론이 나면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특별감찰반, 북한인권재단 이사’ 조건을 내걸자 여야 간 협상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여야의 ‘강 대 강’ 대치로 협상을 이어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 가운데 22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우리 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하면 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안은 의미가 없다”며 공수처장 추천위원 인선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현재 추천위원을 추천하기 위해 법조인들을 접촉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안을 무력화 시키면서, 처리 명분도 없애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 공수처법은 여야 각각 2명씩 추천위원을 추천할 수 있지만, 민주당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국회에서 4명을 인선하고, 민변 등 변호사 출신도 공수처 검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야당의 ‘비토권’이 없어지면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현행보다 야당의 영향력이 줄어들게 된다. 이에 국민의힘은 공수처 출범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공수처장 추천위원 구성에 협조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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