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2020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예결위 소속 의원들이 자료 검토를 하고 있다. / 뉴시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2020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예결위 소속 의원들이 자료 검토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국회가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돌입한다. 2020년도 예산안은 총 513조 5,000억 원 규모다. 사상 최초로 정부가 총지출 500조 원을 넘는 ‘슈퍼예산’을 편성하면서 예산안 심사 때 여야의 격돌이 예상된다. 대내외적 경기 리스크로 ‘확장적 재정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여당과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예산’이라는 야당의 입장이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3일 총수입 482조 원 및 총지출 513조 5,000억 원 규모의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2일 오후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전문가 공청회를 열고 본격적인 예산안 심사 절차에 들어갔다. 예결위는 오는 28일부터 2일 동안 종합정책질의, 4일 동안 부별심사를 실시해 정부 예산안의 타당성을 심사한다. 내달 11일부터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의 세부 심사가 예정돼있다.

예결위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의 부진 등에 따른 세수둔화로 총수입은 2019년 대비 1.2% 증가에 그쳤으나, 총지출은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했다”며 “국민의 세금이 경제 활성화와 민생 안정을 위하여 효과적으로 투자될 수 있는지, 타당성 심사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 ‘불투명’

내년도 예산안의 본회의 법정 처리 시한은 12월 2일이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원내교섭단체 3당 예결위 간사는 내달 29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남북협력기금 증액과 일자리 예산 등 일부 사안에 대한 여야 입장차가 뚜렷해 법정 시한을 지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정부와 여당은 총지출이 총수입보다 많게 편성된 예산안의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국회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여 대외충격의 파고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며 “내년도 확장예산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총지출을 삭감하고 ‘총선용’ 예산을 깎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특히 남북관계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상황에서 남북협력기금 예산을 올해보다 10.3% 늘린 1조 2,200억 원이나 편성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예산도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일자리 예산을 올해보다 21.3% 늘려 역대 최대 규모인 25조 7,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당 회의에서 “국정파탄으로 국민의 총선 심판이 눈앞에 다가오니까 현금살포로 표를 사려는 악성 슈퍼 선심예산”이라며 “북한 퍼주기용 가짜평화 예산도 대폭 늘려 놨다. 잘못된 정책을 고집하면서 재정만 퍼붓는 것은 한마디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실제로 청년수당, 노인수당 같은 퍼주기 예산만 늘어서 복지와 노동 분야가 예산 증액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 SOC 투자를 토목사업이라고 비판했던 대통령이 이제는 ‘건설투자를 확대하라’면서 현금살포를 부추기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결국 국가재정만 빚더미에 앉게 되고 우리 경제의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은 저성장과 양극화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확장재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확장재정의 내용은 위기 극복을 위한 일시적 조치가 아닌 복지확대에 방점이 찍혀있다”며 “‘포용의 힘’만 강조되며 복지재정만 늘어날 경우 급격한 고령화와 심각한 저출산 속에서 국가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처리하기 위한 ‘정략적 계산’도 예산안 심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사법개혁안은 예산안과 비슷한 시기에 여야 논의를 거치게 된다. 공수처 설치를 전면 반대하고 있는 한국당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공수처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예산안 협상 때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선거제도 개편을 고리로 민주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