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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방한] ‘북미대화’ 원칙만 확인… '한미동맹 유지'에 방점
[비건 방한] ‘북미대화’ 원칙만 확인… '한미동맹 유지'에 방점
  • 서예진 기자
  • 승인 2020.07.0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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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대선 전까지 미국의 ‘획기적 유화책’은 없을 전망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에 앞서 비접촉 주먹인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주먹인사를 청했고 이어 악수하는 손 동작을 했으나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손동작이 한박자 늦어 가위바위보를 하는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뉴시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에 앞서 비접촉 주먹인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주먹인사를 청했고 이어 악수하는 손 동작을 했으나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손동작이 한박자 늦어 가위바위보를 하는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대북특별대표)의 방한 소식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북미대화 진전을 위한 ‘획기적인 제안’이 나올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그러나 비건 부장관은 8일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대화가 필요하다’는 원칙만 재확인했다. 이변은 없었던 것이다. 

다만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유화적인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해석이 가능해, 향후 북미관계가 악화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 비건 “남북협력 강력지지… 북한과 대화 준비돼 있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한미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남북 협력에서 북한과의 목표를 진전하려는 한국 정부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남북 협력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비건 부장관은 이에 대해 “남북 협력이 한반도에 보다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한미워킹그룹이 남북관계의 진전을 막고 있다는 국내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또 비건 부장관은 북미 대화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고 나를 카운터파트로 임명하면 바로 그 순간에 우리가 준비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한반도에 평화로운 결과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계속 되기를 기대한다. 나는 이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노력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왔다”고 강조했다.

이도훈 본부장도 “비건 대표는 북한과 대화 재개 시 균형 잡힌 합의를 이루기 위해 유연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고, 관련 노력을 지속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또한 비건 부장관은 이번 방한의 목적이 북미대화가 아닌 한미동맹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북미대화를 거부한 것과 관련, “우리는 북한과 만남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이번 주 방한은 우리의 가까운 친구와 동맹을 만나기 위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북한과의 물밑 접촉 가능성을 부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의 남북관계가 해결되려면 북미대화의 진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동 후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현재의 남북관계가 해결되려면 북미대화의 진전이 필요하지만, 미국 대선 전까지는 북미대화의 물꼬가 트이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동 후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 미 대선 전까지 북미대화 어려울 전망

이번 비건 부장관 방한의 의의는 ‘한미동맹 유지’와 ‘북한에 대한 기조 유지’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일단 비건 부장관은 특별한 대북 유화책 없이 북미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원칙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는 미국 대선 전까지는 북미대화의 물꼬가 트이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일각에서는 비건 부장관이 물밑에서 북한과 접촉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방한에는 북미정상회담 실무를 맡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동행하지 않았다. 

후커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실무협상을 할 때마다 동행하던 인사로, 비건 부장관이 주도한 하노이 2차 정상회담 준비 협상과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 전날 비밀 접촉에도 참여한 바 있다.

비건 부장관이 이번 방한에서 대북 접촉을 염두에 뒀다면 후커 보좌관과 동행했겠지만, 이번 명단에서 후커가 빠진 것은 미국도 북한과의 접촉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한미동맹’ 재확인 차원에서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아울러 이는 미국도 11월 대선 전까지는 한반도 정책에 대한 큰 변화 없이 ‘상황 관리’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대선을 앞두고 대북 제재 해제와 같은 큰 양보는 어렵지만, 북미관계 악화 방지 차원으로 보인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이날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미국이 구체적인 양보 조치를 내놓으라는 것인데, 지금 미국의 상황이 그걸 쉽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을) 섣불리 시작했다가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미국은 (한반도 정세) 상황을 현상 유지로 가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북한은 그럴 경우 자기들이 대북제재로 손해를 볼테니, 오히려 강하게 나가 차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이는 미국이 11월 대선 전까지는 북한에 대한 유화적 태도를 바꾸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비건 부장관이 북한을 향해 ‘대화 재개 시 합의를 위한 유연한 입장을 갖고 있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그레이TV’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제안하며 “그들이 만나고 싶어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우리도 물론 그러고자 한다. 그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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