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에서 올해 들어 세 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뉴시스
현대중공업에서 올해 들어 세 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올해 들어 2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산재 사망사고와 관련해 전·현직 고위 경영진이 대거 기소되기도 했던 현대중공업에서 또 다시 비극이 반복됐다. 고용노동부로부터 고강도 특별점검을 받은 것은 물론, 불과 한 달여 전 내놓은 대대적인 안전대책까지 모두 무색해진 모습이다. 반복되는 비극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보다 근본적인 대책, 즉 실질적이고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특별감독·기소·안전대책 모두 무색하게 만든 사망사고

현대중공업에서 또 다시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13일 새벽 5시 30분쯤이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도장1공장 지붕에서 보수작업을 하던 40대 노동자 A씨가 추락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숨진 A씨는 현대중공업 시설보수를 맡은 사외 단기 공사업체 소속 노동자로, 이날 10명의 동료와 함께 지붕 슬레이트 교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안전로프를 매고 있었으나 로프가 날카로운 슬레이트 모서리에 쓸려 끊어지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안전로프와 함께 추락방지망 등 2중·3중의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던 셈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중대재해가 또 다시 발생하면서 회사의 안전관리 허점이 드러났다”며 “이번 사고는 산업안전에 관한 규칙 제44조(안전대부착설비), 45조(지붕위에서의 위험방지)를 위반하여 발생한 사고”라고 지적했다. 산업안전에 관한 규칙 상 추락방지망 등을 설치하고 작업 시작 전에 사업주가 이를 점검해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 세 번째 사망사고를 기록하게 됐다. 지난 2월엔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흘러내린 철판에 의해 사망했고, 5월엔 용접을 하던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한 바 있다. 

이 같은 산재 사망사고 잔혹사는 비단 올해뿐 아니다. 지난해에도 일주일 새 같은 유형의 사고로 2명이 목숨을 잃는 등 4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앞서도 매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특히 2016년엔 일주일 새 3명이 사망하는 등 10명 이상이 숨져 ‘최악의 살인기업’에 선정됐다.

더욱이 현대중공업은 앞선 두 차례 사망사고로 불과 얼마 전 고용노동부의 강도 높은 특별감독을 받았고, 지난달 초엔 대대적인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3중 위험 방어체계 구축, 스마트 안전관리 기술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안전대책이었다. 또한 지난달 중순엔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9개월 동안 5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해 한영석 사장 등 고위 경영진이 대거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즉, 그 어느 때보다 안전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졌어야 하는 시기였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일련의 각종 후속조치들은 그 의미를 잃어버리게 됐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한영석 사장은 추도문을 내고 “회사는 현장 안전 보건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올해 2차례 중대 재해 이후 다시는 안전사고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각오로 모든 위험 요소를 찾아내고, 안전 대책을 이행하는 중이었기에 더욱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유족들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관계기관 사고 원인 규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앞서도 수없이 사과의 뜻을 밝히며 재발방지를 다짐해놓고 사망사고를 반복해온 만큼 크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산재와 관련한 더욱 강력하고 실질적인 처벌의 필요성을 스스로 입증하게 된 모습이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그동안 발표한 안전대책의 내용과 투입된 천문학적 비용을 보면 안전사고가 다시는 절대 발생하지 않아야 정상이다. 그럼에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건 근본적인 대책이 잘못됐다는 의미”라며 “거센 비판과 벌금 등 솜방망이 처벌 등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제대로 된 안전대책이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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