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후보가 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후보가 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당선됐다. 정치 참여를 선언한 지 4개월 만에 제1야당 대선 후보라는 이례적인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5일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차 전당대회에서 윤 전 총장은 47.85% 득표율을 얻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선출됐다. 대선 경선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홍준표 의원(41.5%)을 6.35%p 앞섰다.

예상대로 승부처는 ‘당심’이었다. 일반여론조사에서 홍 의원은 48.21%를 얻으며 윤 전 총장(37.93%)을 10%p 가량 따돌렸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 윤 전 총장(57.77%)에게 약 23%p가량 뒤떨어진 34.8%를 기록하며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재명 대 윤석열’의 대결로 좁혀진 이번 대선에서 윤 전 총장은 승리를 자신했다. 그는 이날 수락 연설에서 “이번 대선은 상식의 윤석열과 비상식의 이재명의 싸움”이라며 “합리주의자와 포퓰리스트의 싸움”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또다시 편 가르기와 포퓰리즘으로 대표되는 사람을 후보로 내세워 원칙 없는 승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이 무도함을 심판해 달라”고 강조했다.

경선 기간 내내 경쟁을 한 후보들에 대해서는 ‘존경’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오늘 이 자리엔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며 “경선에 끝까지 함께 하신 세 분의 꿈과 비전, 제가 받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치열한 경선과정에서 혹여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너그러이 이해하고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

◇ 경쟁자들 ‘경선 승복’에 한시름 덜었다

대선 후보가 선출된 이날 국민의힘이 가장 먼저 직면한 과제는 ‘원팀’이다. 그간 국민의힘 내에선 경선 과정에서 ‘진흙탕 싸움’이 벌어진 것을 두고 화학적 결합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돼 왔다. 윤 전 총장이 이날 “이제 우리는 원팀”이라며 “국민의 뜨거운 열망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우리 모두는 국민과 역사 앞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이날 후보들이 한마음으로 경선 결과에 승복하면서 파열음을 최소화 했다는 것이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후보 연설을 통해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며 “이번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국민적 관심을 끌어 준 역할이 제 역할이었다”고 언급하며 박수를 받았다.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도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며 정권 교체에 뜻을 모았다.

그럼에도 우려가 말끔히 씻긴 상황이 아니다. 그간의 감정의 골은 물론 당장 새롭게 구성될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이들에게 어떠한 역할을 맡길 것인지 등 조율해야 할 부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미 윤 전 총장의 경선 캠프가 ‘메머드급’이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이 과정에서 알력 다툼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윤 전 총장은 “끝까지 오신 세 분은 국민의힘에서 오래 같이 정치를 하신 분이기 때문에 잘 원팀을 이뤄 반드시 정권교체하는 데 단결하고 화합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속한 시일 내에 홍 후보님, 유 후보님, 원 후보님 등 다른 후보님을 만나 말씀을 들어볼 것”이라며 “어떤 역할을 하실 생각이 있는지 어떤 역할을 부탁드려야 할지 말씀을 나눠 보겠다”고 답했다.

◇ ‘사법 리스크’ 넘고 ‘중도 확장성’ 챙길까?

자신을 둘러싼 여러 ‘리스크’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 역시 대권 가도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장모‧부인 등 가족과 관련한 문제와 고발 사주 의혹 등 ‘사법적 리스크’는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다.

당장 민주당은 이같은 의혹을 정조준하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자신과 관련한 모든 의혹을 깨끗이 밝힐 때 국민 앞에 후보로 설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을 갖출 수 있을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은 이같은 여권의 공세를 ‘정치공작’으로 규정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그는 이날 수락 연설에서 “어떤 정치공작도 저를 무너뜨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도 “(이같은 의혹은) 워낙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 대응할 필요 자체를 못 느낀다”며 “정치공작이나 불법적인 선거 개입을 계속하게 되면 거기에 따른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집토끼’에게는 지지를 받고 있지만, 이에 비해 대중의 지지가 좋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당장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의 지지층인 20~40대의 지지를 끌어 안아야 하는 것은 물론 ‘비호감 대선’이라는 프레임을 극복하기 위한 고심도 필요한 상황이다.

윤 전 총장은 “어찌됐든 어떤 후보든지 우리 당에 대해 청년 세대들이 지지해 준다는 거 자체가 고무적인 일이고 이걸 계속 유지하고 더 많은 지지를 받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경선 후에 참여한 후보들과 당 모두가 함께 치르는 것이기 때문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특정 이념과 정파성 등이 선택을 좌우하지 않는 세대인 만큼 크게 안심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윤 전 총장이 보여준 ‘실언’ 등 정치적 역량 부족이 그대로 드러날 경우 곧장 국민의힘의 ‘바람’도 미풍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실상 총력을 다해야 하는 윤 전 총장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으로선 젊은 층과 중도층에 대한 확장성이 거의 없다”며 ″이념적으론 중도층, 세대별로는 젊은 층을 어떻게 자신의 우군으로 확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치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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