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을 떠받들고 있던 ‘20‧30 세대’가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으면서다. 국민의힘 내에선 ‘시간을 갖자’는 분위기가 팽배하지만, 이 지지층이 이번 대선서 적잖은 영향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8일 국민의힘은 ‘20‧30세대’ 마음 돌리기에 주력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당은 정치개혁을 위해 당에 참여한 젊은 세대 중 경선 결과에 아쉬움을 가진 당원들이 아쉬움을 뒤로하고 당 개혁과 20‧30 정치지형 확대를 위해 다시 뛸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혔다. 전당대회 이후 온라인상에 불만을 터뜨린 젊은 당원들의 분노를 달래겠다는 속내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홍준표 의원이 패배하면서 20‧30 지지층의 민심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조짐이다. 주말동안 당원게시판은 물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탈당계 인증샷’이 속출하기도 했다. 당원 비율 중 중·장년층의 비중이 높고, 이러한 당심에서 윤 후보가 앞섰다는 점은 세대 갈등 조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당은 실제로 ‘탈당 러시’가 일어난 것은 아니라고 서둘러 분위기 진정에 나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오히려 ‘부스럼’이 생기기도 했다. 당내에서 이같은 탈당을 ‘역선택’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새어 나오면서다. 윤석열 캠프 윤희석 공보특보는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정당의 비지지층이 선택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결과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이 대표는 “당 안팎의 일부 인사들이 20‧30세대에 대한 조롱으로 보일 수 있는 언행을 하는 바가 있다”며 "그들에게 ‘역선택’이라고 조롱하는 순간 돌아오는 것은 역풍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7일)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20‧30의 정치참여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본 사람이라면 이것을 쌓기 위해 얼마나 긴 노력과 얼마나 진지한 접근이 필요한지 잘 알 것“이라며 당 안팎의 부정적 기류를 적극 차단했다.

◇ 손 뿌리친 홍준표

이 대표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분위기는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 모습이다. 가장 큰 문제는 경선 과정서 20‧30의 지지층을 대변해 온 홍 의원이 선대위 합류에 대해 선을 그으면서다.

홍 의원은 이날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해단식에서 “(윤 후보와) 만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아무것도 없다”며 재차 거부의 뜻을 밝혔다. 앞서 이 대표는 한 라디오에서 “홍 의원을 선대위에 모시려는 건 큰 의미 없다”고 밝혔지만, 홍 의원은 이날 “그분들은 당이 좋아서 들어온 게 아니라 사람을 보고 들어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20‧30 지지의 중심에 ‘자신’이 있음을 강조한 셈이다.

이 가운데 ‘탈당자 수’를 둘러싼 지도부 간 갈등도 이어졌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탈당자의 수를 40명 정도라고 공개한 것에 대해 이 대표는 즉각 “허위의 정보를 유통시키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주말 수도권 선거인단에서만 1,800명이 넘는 탈당이 있었고 탈당자 중 20‧30 비율은 75%가 넘는다”며 “그렇게 20‧30을 조롱해서 얻고자 하는 정치적 이득이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그간 돌풍의 주역인 20‧30세대와 국민의힘 사이에 균열이 생기자 민주당도 분주해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청년들이 희망을 잃게 된 데 여러 원인이 있지만, 민주당 집권 세력의 책임이 없지 않다”며 “성찰하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겠다고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흔들리는 표심을 민주당으로 끌어오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지지율에서 윤 후보의 위기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날 KSOI가 TBS의 의뢰로 지난 5일부터 6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 지지율에서 윤 후보(34.3%)는 이 후보(14.7%)에 비해 두 배 넘는 지지율을 얻었다. 30대에서도 윤 후보가 35.3%로 이 후보(31.6%)를 소폭 앞서기도 했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충성도’가 낮다는 점은 이들의 지지를 ‘고정적’이라고 볼 수 없는 대표적인 이유다. 윤 후보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20‧30 마음을 얻는 방법을 알았으면 경선 때도 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의 정치적 자산이고 본선을 당과 함께 치러나가는 것이니까 당 차원에서 여러 좋은 방법을 생각해 제가 수정하고 보완할 부분들을 잘 알려줄 것이고, 거기에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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