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서울 신촌 파랑고래에서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서울 신촌 파랑고래에서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대선 정국에 접어들면서 청와대의 ‘정치 거리두기’ 양상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일상회복 지원금) 지급을 추진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민주당 지도부가 본격적으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이처럼 여당과 기재부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청와대는 여전히 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 윤호중, ‘국정조사’ 언급하며 기재부 압박

이 후보는 16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도시락 오찬 회동을 했다. 이날은 국회 예결위 예산소위원회가 가동되면서 2022년도 예산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사가 시작되는 날이다. 이 후보는 예산 정국을 앞두고 일상회복 지원금의 재원 마련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한해 50조원 넘는 추가세수를 세입 예산에 잡지 못한 건 재정당국의 심각한 직무유기를 넘어선 책무유기”라며 “기재부가 이렇게 많은 추가 세수를 예측하지 못하고, 그 예산을 국민께 돌려드리지 못하는 것은 추궁 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사과하고 반성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초과세수가 50조원 발생한 것은 법인세와 근로소득세 등이 예상보다 많이 걷힌 데 따른 것으로,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올해로 납부기한을 미뤄준 세금도 세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부동산 시장의 변화로 인해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도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국정조사까지 언급하며 기재부를 질타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YTN 인터뷰에서 ‘세수 초과분에 차이가 큰 데 의도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의도가 있었다면 국정조사라도 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싶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는 일상회복지원금, 지역 화폐 발행, 소상공인 손실보상 확대 등 3대 패키지 지급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기재부를 압박하기 위해서다. 

◇ 청와대, 난감한 기색

이 후보는 지난 15일 ‘지역화폐·골목상권 살리기 운동본부 농성 현장’을 방문해 기재부가 지역화폐 예산을 삭감한 것을 두고 “지역화폐로 소비가 소상공인에 흐르면 대형유통기업, 카드사가 피해보는 것을 고려하는 게 아닌가 의심한다”면서 “따뜻한 안방이 아닌 찬바람 부는 바깥에 엄혹한 서민들의 삶을 체감해보시라 권하고 싶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같이 연일 기재부 때리기를 하는 이 후보에게 당 지도부까지 합세한 것은 예산 정국 상황에서 민생이슈를 선점해 대선 공약을 관철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50조 손실보상’을 언급한 바 있기 때문에, 집권여당 후보로서 추진력 등에서 우위를 보이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현재 이 후보는 윤 후보보다 지지율에서 열세인 상황으로, 정책적인 면에서 자신의 공약이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와대는 당정 간 힘겨루기에 또 한 발 물러나 있는 모습이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상회복 지원금 문제는) 청와대가 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넘긴 상태”라며 여야가 서로 의논을 마친 후에 정부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여야가 국회에서 합의하면 청와대와 정부는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양쪽 모두 대선 공약과 관련된 사안이라 합의는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청와대의 이같은 입장은 여당 대선후보의 공약에 대해 청와대가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는 의미로 보인다. 만일 일상회복 지원금에 대해 청와대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야권에서 ‘청와대가 선거개입을 한다’고 비판이 제기될 것이다. 앞서 야당은 선거중립을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의 탈당까지 요구한 바 있다. 반면 지원금에 대해 청와대가 기재부의 손을 들어준다면 이 후보와 민주당의 ‘정책 행보’ 드라이브의 동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이날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대선이 본격화되면서 당정청 관계나 청와대와 후보 간의 관계에 대해서 여러 가지 추측이나 상상도 있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 청와대가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어느 쪽도 옹호할 수 없는 청와대의 난감한 입장을 드러내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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