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 "구조적인 남녀 차별이 없다고 말씀드린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 “구조적인 남녀 차별이 없다고 말씀드린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인 후 말을 번복하고 나섰지만 여성단체는 물론 남성들도 반발하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편 가르기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 “젊은 사람들은 여성을 약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며 “차별은 개인적인 문제다. 남성이 약자일 수도, 여성이 약자일 수도 있다. 여성은 불평등한 취급을 받고 남성은 우월적 대우를 받는다는 건 옛날 얘기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발언을 여성계는 물론 민주당과 정의당에서까지 문제시하자 다음날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여성가족부 해체 때문에 그 말이 나온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노력해왔기 때문에 개인별 불평등과 차별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여성가족부는 시대적 소명을 다했고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가 불평등과 차별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씀 드렸다”고 해명했다.

이에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등은 “성차별에 무지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야 말로 ‘옛날 얘기’다. 윤석열 후보는 여성들의 현실을 직시하라”며 공동성명을 냈다.

이들 단체는 세계경제포럼(WEF)의 2021년 세계성별격차보고서를 근거로 한국의 성격차 지수는 156개국 중 102위이며, 성별임금격차는 2019년 기준 32.5%로 OECD국가 중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은 8.5%(2020년 기준), 기업(상장법인) 여성임원 비율은 5.2%(2021년 1분기 기준)로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윤 후보가 몸담았던 검찰의 경우에도 간부급 검사 중 여성 비율은 부장검사급 17%, 차장검사급 8%, 검사장급 5%(2020년 9월 기준)로 직급이 올라갈수록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역할은 한국사회에 놓인 다양한 문제에 대한 ‘구조적’ 해결에 힘쓰며 국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구조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자신이 알지 못하는 성차별의 현실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하는 윤 후보의 태도는 대통령이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는 인지하고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 사과 없는 발언 번복… 역효과 불러와

윤 후보의 발언 번복은 더 큰 반발을 낳기도 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갈라치기 발언 비난이 일자 말 바꾸는 윤석열 후보, 반성도 없다. 말 바꾸기와 오락가락 해명이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며 “남녀를 편 가르는 발언으로 통합의 정치라는 자신의 구호를 무색하게 한 것도 부족해 자신의 말에 대한 신뢰성까지 스스로 허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을 편 가르는 정치도 나쁘지만 표의 유불리에 따라 태도를 뒤바꾸는 정치도 나쁘다”며 “더욱이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대선후보 4자 토론에서 윤 후보는 심상정 후보가 자신의 발언을 토대로 질문하자 ‘최저임금제‧주52시간제 폐지 아니다’며 부인했다. 자신의 말을 눈 깜짝하지 않고 뒤집는 윤석열 후보의 뻔뻔한 태도에 심상정 후보는 언론에 팩트체크까지 요청할 정도였다”고 지난 TV토론을 상기시켰다.

민주당은 “윤석열 후보는 대선 출마 이후 지금껏 자신의 발언에 논란이 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말 바꾸기와 물 타기를 반복해왔다. 심지어 정책 공약마저 오락가락, 갈팡질팡 행보를 보이며 국민의 불안감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며 “더 비판받았던 것은 바로 반성 없는 태도였다. 말실수나 말 바꾸기만큼이나 변명만 하고 잘못을 고치지 않는 태도도 나쁘다”고 일갈했다.

정의당 측에서도 “성차별을 개인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국민의힘의 여성공약은 왜 존재하느냐. 준비되지 않은 정치인의 무책임한 발언은 위험하다”며 “여성가족부 개편 공약을 폐지로 바꾼 것에 대해서도 ‘국가와 사회를 위한 일’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좀 더 생각 해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말하는 국가와 사회에는 여성은 없느냐”고 반문했다.

2030 남성들로 구성된 모임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에서 열린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에서 여성혐오 중단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2030 남성들로 구성된 모임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에서 열린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에서 여성혐오 중단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 시민단체들 성별 불문 단체행동 나서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42개 시민단체들은 오는 12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차별과 혐오, 증오선동의 정치를 부수자”는 주제로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을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해 전국 릴레이 백래시 규탄 시위를 열었던 ‘팀 해일’은 오는 27일 청와대 앞에서 방역수칙에 따라 299명까지 모이는 ‘2022 여혐 대선 규탄 시위’를 예고했다.

팀 해일 관계자는 국민의힘과 윤 후보에 대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정권을 잡기 위해 이대남들의 혐오 정서에 동조하여 2030 성별을 갈라치기하고, 여성운동과 페미니스트를 악마화했다”면서 “윤석열 후보는 ‘구조적 차별은 없다’며 여성이 겪는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는 발언을 하였다. 그러나 유독 여성이 사이버 테러의 대상이 되는 것이 정말 개인의 문제인가? 문제는 혐오 범죄가 양산되는 커뮤니티와 혐오 경제가 판치는 플랫폼을 규제하기는커녕, 그 세력을 부풀린 정치권에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국민의힘 측의 ‘이대남’ 프레임을 활용한 전략에 여성뿐 아니라 이대남 가운데에서도 반발이 나오기 시작했다. 9일 오전에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20대 남성을 주축으로 이루어진 단체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 성향의 20대 남성이 과잉대표 되고, 그 주장이 과대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이대남 담론에 반박하고 나섰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연웅 씨는 “‘이대남’이라는 정치적 집단의 대표성이 고작 페미니즘에 대한 조롱과 괴롭힘이라니 한 명의 이대남으로서 개탄스럽기 그지없다”며 “저는 이대남이 더는 조롱 문화를 대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공개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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