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물 밑에서 꿈틀대던 야권 단일화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간 ‘단일화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직접 국민의힘에 단일화를 제안하면서다. 국민의힘은 안 후보의 제안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안 후보가 제안한 국민경선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야권 단일화를 둘러싼 신경전이 펼쳐지는 모습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선대본회의에서 “정권교체와 압도적 승리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수용해 용기 있는 결단을 해주신 안 후보님께 감사를 표한다”며 “다만, 단일화 방식에 있어서는 안 후보님의 제안에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 본부장이 우려한 단일화 방식은 ‘국민경선 방식’이다. 안 후보는 전날(13일) 유튜브를 통해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 후보가 박빙으로 겨우 이긴다고 해도 식물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압도적 승리를 위한 단일화 방식은 지지자는 물론 후보를 정하지 못한 국민들도 동의할 합리적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 당시 진행했던 ‘여론조사 방식’으로 단일화를 진행하자는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사실상 안 후보의 제안을 수용할 의사가 없는 분위기다. 당내 인사들이 전반적으로 안 후보의 방식에 탐탁치 않은 듯한 뉘앙스를 내비치면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전날 안 후보의 제안에 “아쉬운 점도 있다”며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여론조사 결과에 이미 순위가 정해져 있는데, 별도 여론조사를 해서 결정하자는 건 순위조작에 의해 금메달을 빼앗아가는 동계올림픽 모습처럼 비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이 같은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과정에서 여당 지지층이 개입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른바 ‘역선택’이 가능할 것이란 지적이다.
권 본부장은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라며 “어떤 훼방을 놓고 어떤 무도한 공작과 농간을 부릴지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선거대책부본부장도 이 자리에서 “일부 민주당 인사들과 그 지지자들이 공개적으로 역선택을 하라며 조직적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를 훼방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 ‘통큰 단일화’ 요구하는 국민의힘
이 같은 국민의힘의 걱정은 사실상 ‘잃을 것이 많다’는 점에 기인하고 있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안 후보를 훨씬 상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새로운 경선 룰을 정해 단일화 논의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당장 단일화 과정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잡음은 물론, 혹시라도 안 후보가 승리할 경우 입을 내상이 상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궐선거와 달리 판이 커진 만큼 ′역선택′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대선은 워낙 큰 싸움인데 윤 후보는 비호감이 높고 안 후보는 도덕적인 면에서 비호감이 적다”며 “이를테면 윤 후보를 좋아서 찍는 것이 아닌 사람들과 여권 인사들이 대거 안 후보를 선택한다면 국민의힘 내에선 내분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은 안 후보의 제안을 거부하면서 ‘통큰 단일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안 후보가 대승적 결단을 통해 윤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간 국민의힘 안팎에서 새어 나온 ‘자진 사퇴론’에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권 본부장은 이날 회의에서 “지금은 통큰 단일화가 필요하다”며 “안철수 후보님의 진심을 믿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국민의힘의 반응에 국민의당은 반발하고 나섰다.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 후보가 제안한 방식은 우리가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고 국민의힘에서 쓰는 방식”이라며 “자기들 방식대로 하자는데 거기에 대해 다른 포구를 단다는 게 상식에 맞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와 안 후보가 갖고 있는 대(對) 이재명 후보 경쟁력 여론조사를 보면 전체적 추세는 안 후보가 훨씬 우세하다”며 “역선택에 피해를 볼 사람은 윤 후보가 아니라 안 후보”라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이날 오전 선대위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아무리 길어도 2~3일 안에 할지 안 할지를 결정하면 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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