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에서 열린 노동 정책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에서 열린 노동 정책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노동관에 대해 표명하면서 “친노동이 친경제이고 친기업이다. 노동자가 살아야 기업이 살고, 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을 포함한 노동계의 지지를 얻으면서도 반기업이라는 편견을 타파하기 위한 발언이다.

이 후보는 10일 여의도 한국노총빌딩에서 열린 노동 정책 협약식에서 “제가 노동자 출신이고 노동 존중 사회를 주장하다 보니 일부에서 반기업이란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흑 아니면 백, 내 편 아니면 네 편, 중간은 없는 양극단의 시대가 문제다. 흑백 말고 회색도 있고 빨간색도, 파란색도 있다. 양자택일만 있는 게 아니라 제3의 선택이 얼마든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기지사 취임 후 한 경제매체가 기업 임원들을 상대로 가장 기업 친화적인 광역단체장을 조사했는데 이재명이 압도적으로 1등을 했었다”며 “기업인들은 이재명이 가장 친기업적인 정치인이란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만들고 싶은 세상은 통합의 세상”이라며 “투쟁, 갈등, 증오의 세상이 아니라 각자가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협력적 관계를 만들어내는 게 우리가 가야 할 통합의 세상”이라고 했다.

그는 “저는 소년 노동자 출신이었고, 세상은 노동하는 자들이 만들어간다고 믿는 사람”이라며 “걸맞은 보상이 주어지는 나라, 모두가 함께 기회를 누리는 나라, 공정한 나라, 기회 부족 때문에 싸우지 않아도 되는 나라, 세대가 편 가르지 않고 누군가를 밟아야 내가 일어서는 사회가 아니라 함께 일어설 수 있는 사회가 저와 한국노총이 꿈꾸는 세상”이라고 밝혔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페이스북 캡처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페이스북 캡처

◇ 한국노총 지지선언 받았지만 중도층도 포용

과거 한국노총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지지선언을 했지만, 당선된 후 ‘친기업정책’과 ‘노동자 탄압정책’를 펴 정책협약을 파기하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한국노총으로부터 지지 선언을 받은 이 후보가 이에 따른 후속 행사에서 친기업 발언을 함께한 것은 대선 후보들이 열을 올리는 ‘중도층 끌어안기’의 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지난 8일 한국노총은 20대 대선 지지 후보로 이 후보를 결정했다. 정책 평가에서는 정의당을 가장 친노동 정책으로 높게 평가했지만, 현장 행정경험과 과감한 돌파력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이 후보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은 17대 대선에선 이명박(한나라당), 19대 대선에선 문재인(민주당) 후보 지지 선언을 한 바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직능단체들과의 정책 협약식에서 SNS에 경기지사 시절 중소기업 상생협력 지원 사례를 소개하면서 삼성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가전 조립·반도체 공정 기술은 세계 최고인 데다 (삼성전자의 인력은) 아무리 많은 예산을 들여도 공공기관에서 구할 수 없는 고급 인력이었기에, 도내 기업들도 함께하면 참 좋겠다 싶었다”고 회고하며 2020년 12월 삼성전자와의 업무협약을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해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3무(무지∙무능∙무당) 후보, 본인은 3실(실력∙실전∙실천) 후보라고 강조해왔다. 이번에 친기업과 친노동을 동시에 가져가면서 다시금 유능한 대통령임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정책이 유의미한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분위기도 있다. 한국노총이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같은 날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 산별대표자 및 노동위원 1,490명이 반기를 들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또 지난달 27일 발표한 대선 후보 정책 검증 및 평가 심사 결과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를 가장 높게 꼽았지만 이 후보를 선택한 데 대한 비판도 정의당 측에서 있었다. 

한국노총의 이 후보 지지선언이 반쪽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후보 입장에선 한국노총의 지지를 이끌어냄으로써 실리를 챙겼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