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16일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윤 당선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건의할 것이라고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밝혔다. /뉴시스
정권교체기 신구 권력 간 충돌 양상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 불발로 드러났다. 양측은 임기 말 인사, 이명박 전 대통령 특사, 집무실 이전 등을 놓고 곳곳에서 잡음을 빚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정권교체기 신구 권력 간 충돌 양상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 불발로 드러났다. 이들이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주요 이슈는 임기 말 인사, 이명박(MB) 전 대통령 특별사면,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이다.

그러다보니 대통령과 당선인 간 만남이 역대 가장 늦어지게 될 전망이지만, 양측은 회동을 다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를 둘러싸고 진영 간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 문 대통령 임기 말 인사 '갈등의 핵'

오찬 회동이 무산되면서 정치권에서 가장 먼저 그 배경으로 꼽은 것이 임기 말 인사였다. 특히 한국은행 차기 총재 인선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당선인 측의 신경전이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임기가 이달 말 종료되는데, 윤 당선인이 추천한 인물을 문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차기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할 차기 총재를 현 정부에서 임명할 경우 ‘알박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다.

그러나 청와대가 당선인 측에 한은 총재 지명권을 넘길 예정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청와대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17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사실무근이다. 정해진 인사권을 문 대통령이 행사하지 않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반박했다. 

박 수석은 해당 인터뷰에서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아직 문 대통령이 재임 중이며, 인사권 역시 대통령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이는 청와대가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보여준다. 특히 야권에서 문재인 정부가 ‘낙하산, 알박기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어, 청와대 내의 불쾌감은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 

당선인 측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대통령과 당선인 간 협의로 이뤄질 수 있는 문제를 공개적으로 이슈화시킨 것은 잘못이라는 의미다. 임태희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인사권 문제로 회동이 불발된 것 아니냐는 일각에 보도를 두고 “핵심적인 만남의 이슈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더군다나 공개됐기 때문에 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비서실장직을 역임했던 임 전 실장은 “인사권 같은 경우에도 현 정부하고 차기 정부하고 서로 상대방 입장을 생각해 보면 상식적으로 어떻게 해야 되는지 선이 있다”며 “그런 문제들이 언론에 보도가 되고 마치 공개적인 논의 사항이 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재차 지적했다.

◇ MB 사면·집무실 이전까지 갈등 요소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역시 회동 무산의 이유로 꼽힌다. 당선인 측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을 건의할 것으로 먼저 밝혔다. 그리고 대부분의 보도가 윤 당선인이 건의하면 문 대통령은 받아들일 것으로 나왔다. 특히 윤 당선인의 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이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동시 사면을 예측하기도 했다. 사면을 건의하더라도 미리 여론전을 한 것은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박 수석이 이날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결단 사항”이라며 “당선자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두 분 회동 시 허심탄회한 말씀이 오갈 걸로 기대하고 있고 그렇다고 해도 (사면) 결정은 (현) 대통령 고유권한”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초 청와대는 집무실 이전에는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이날 “지금의 청와대 구조는 국민보다는 대통령에 더 집중하는 구조”라며 “비서동에서 대통령의 집무실까지 올라가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 된다”고 주장하며 전선이 넓어졌다.

실제로 본관 집무실과 비서들이 근무하는 공간은 걸어서 10분 이상 걸린다. 이 때문에 대통령과 참모 간의 소통이 부족해진다는 문제는 지난 대선에서도 거론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취임 초 광화문으로 집무실을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으나 경호, 교통 등의 문제로 이를 포기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본관의 집무실을 사용하지 않고, 여민관 3층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겼다. 여민관은 청와대 비서진이 근무하고 있는 곳이다. 

박 수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문 대통령은 본관 집무실을 사용한 적이 없다”며 “청와대의 모든 참모들은 문 대통령을 1~2분 내에 언제든지 만날 수 있고 소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수석은 해당 글의 취지가 ‘차기 정부 청와대 이전 비판’이 아님을 밝혔다. 그러나 당선인 측에서 집무실 이전의 동력을 얻기 위해 현 정부 청와대 구조를 사실과 다르게 설명한 것에 대해 청와대 내부에서 불쾌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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