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원에서 마지막 기자간담회… “평범한 시민으로 살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초청행사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초청행사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시대를 끝내는 것이 그동안의 우리 역사, 또는 청와대의 역사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때문에 뭔가 청산한다는 의미라면 저는 그것은 다분히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의 성취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초청행사 모두발언에서 “여러분들은 청와대 시대 마지막을 지켜보는 그런 증인들이다. 앞으로는 청와대 시대라는 말이 남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마다 공과 과가 있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지금으로까지 역사를 총체적으로 평가한다면 2차 세계대전 이후에 가장 성공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며 “지금까지 대한민국 역사를 청산하고 바꿔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면 저는 그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성공한 역사를 축적해나가는 그런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청와대는 한때 구중궁궐 그런 말을 들었을 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역시 계속해서 개방을 확대하고 열린 청와대로 나아가는 그런 과정이었다고 본다”며 문재인 정부 임기 중 △청와대 앞길 △북악산 △인왕산 등지가 전면 개방된 점과 청와대 경내 관람에 연간 20만명이 방문한 점을 언급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대통령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면서 ‘청와대는 구중궁궐’, ‘소통이 어렵다’ 등을 이유로 든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이 ‘청와대 시대를 부정적으로만 판단하지 말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초청행사에서 기자단 총괄간사의 답사를 듣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초청행사에서 기자단 총괄간사의 답사를 듣고 있다.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현실 정치 관여 안 해… 신구 정권 갈등 아냐”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문 대통령은 ‘2주 뒤 대통령의 삶은 어떨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퇴임하면 잊혀진 삶을 살고 싶다 말씀드렸는데 특별히 은둔생활을 하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다만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특별히 주목받는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범한 시민으로서 가보고 싶은 데 가보고 먹고 싶은데 찾아가서 먹기도 하고 여러 가지 보통 사람들의 삶처럼 살 것”이라며 “오며 가며 자연스레 국민들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과거 봉하마을에 거주할 당시 하루에 한 번 방문객에게 인사하는 시간이 있었던 점을 언급하며 “저는 그렇게는 안 할 계획이다. 자연스럽게 우연히 만날 수는 있지만 특별히 일부러 그렇게 만나는 시간을, 일정을 잡지는 않겠다”고 했다. 

이어 “그 밖에는 아무런 계획을 지금은 하지 않고 있다. 아무런 계획을 하지 말자는 것이 지금 저의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5월 9일 업무를 마치고 퇴근 후 서울시내 모처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는 것에 대해 “마지막 날 밤을 청와대에서 보내지 않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며 “그날 밤 12시까지는 우리 정부의 임기기 때문에 청와대 야간 당직 근무자들이 근무하면 되고, 저는 여러 의무 연락망을 잘 유지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 것을 사례로 들며 “짐들은 다 이사가고 사람만 남은 상황이라 상당히 어수선하고 불편했다”며 “새 정부 임기가 0시부터 시작하지만 현실적으로 청와대 새 대통령 팀들이 입성할 때까지는 현실적으로 몇 시간의 공백이 있다. 말하자면 노 대통령은 초과 근무로 계셨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다른 곳에 가서 직무 할 계획이고 바로 그날부터 개방한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없는 것”이라며 “그런 부분을 조금이라도 신구 정권 간의 갈등, 그렇게 표현하지 말아주시길 당부드린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초청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초청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 조국·윤석열 인선에 대해 웃음

문 대통령은 ‘윤석열, 조국 등 인선을 후회하는지, 당시로 돌아가면 다른 결정을 내릴 것인지’라는 질문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드렸던 것 외에 추가할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은 나중에 회고록에서나 해야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어 “우리 인사에 있어서 때때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 그런 말하자면 평가를 받고 또 그것이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던 점, 이런 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국민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더 깊은 이야기들은 뭐 지금 이 자리에서 당장 대답하는 것은 그렇고, 다음으로 미루어두고 싶다”며 양해를 구했다.

또 최근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검찰 수사권 분리에 대해서도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저의 입장은 잘 알 것이며, 그런 방향으로 우리 정부가 노력을 해왔다”면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추진하는 방법이나 과정에 있어서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여야가 합의했던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대해 “수사권, 기소권이 당장 완전히 분리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로서는 불만스러울 수 있고, 반대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에 반대하는 분들은 그 방향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불만일 수 있겠다”며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서로 합의할 수 있다면 앞으로 계속해 나가야 할 협치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검찰의 내부 반발에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갖고 있던 권한이 축소되니 그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 있고, 국민에게 주는 불편을 걱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이번 합의안에서 검찰이 장점을 보여온 부패수사, 경제수사 부분은 직접 수사권을 보유한다. 검찰이 잘하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수사권, 기소권 분리의 문제는 검찰과 경찰이 얼마나 협력해서 국민들을 위한 수사 효율을 높이고 공정한 수사를 이루게 하느냐 거기에 달려있다”며 “그런 방향으로 검찰이 더 노력해 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검찰 수사권 분리에 반발해 또 다시 사표를 낸 김오수 검찰총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미 반려했음에도 또 다시 사의를 표했으니 수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초청행사에서 미소짓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초청행사에서 미소짓고 있다. /청와대

◇ 문 대통령과 기자단, 녹지원서 마지막 만남

문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정경심 교수, 이석기 전 의원 등에 대한 사면 요청이 있는 것에 대해선 “질문하신 대로 그분들에 대한 사면의 요청이 각계에서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면은 사법 정의와 부딪칠 수 있기 때문에 사법 정의를 말하자면 보완하는 그런 차원에서만 행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사면은 대통령의 특권일 수는 없다. 사법 정의를 보완할 수 있을지, 그분들에 대한 사면이 또는 사법 정의에 부딪칠지 라는 것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국민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의 지지 또는 공감대 여부가 여전히 우리가 따라야 할 판단 기준”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문 대통령의 퇴임을 보름 여 앞둔 시점에서 열렸다.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올해 마지막 신년 기자회견을 대체하는 성격이며, 사실상 문 대통령이 기자단을 마지막으로 만나는 자리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 외에도 유영민 비서실장, 이호승 정책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도 함께했다.

녹지원에서 열린 이번 간담회에서는 간단한 다과와 함께 노 전 대통령 사저가 있었던 봉하쌀 막걸리, 부산 금정산성 막걸리, 제주 한라봉 막걸리가 행사주로 올라왔으나,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코로나19 4차 접종을 한 만큼 술은 입에 대지 않았다. 모두발언과 질답, 건배사가 마무리된 후 문 대통령은 각 테이블을 돌며 기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일부 기자들은 문 대통령과 ‘셀카’를 찍었다.

문 대통령 재임 중 출입기자단 초청 행사는 이번이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2019년 10월 25일 내·외신 출입기자단 초청 녹지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과 질의 응답을 통해 북한의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에 따른 남북관계 개선 고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를 계기로 한 입시 공정성·검찰개혁 과제 속도조절 등 현안에 대한 구상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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