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막말 논란’ 파문이 계속되자 대통령실은 27일에도 이를 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문가 자문과 당시 정황 등을 고려했을 때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주장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이같은 진화 노력에도 언론과 야당의 반발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했고,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 환담을 한 후 참모진과 이동하면서 했던 발언이 논란을 일으켰다. 언론에는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X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보도됐는데, 최초 보도 후 약 13시간 뒤 김은혜 홍보수석은 ‘바이든이’가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도 지난 26일(한국시간)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후 첫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회견)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지칭했다는 언론 보도가 잘못됐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날 오전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한미동맹 훼손’ 발언을 한 배경에 대해 “훼손 시도가 있었다”며 “음성분석 전문가도 특정할 수 없는 단어를 일부 언론에서 특정했다. 그 문장이 누가 보더라도 동맹관계를 훼손하고 동맹을 조롱하는 듯한 뉘앙스의 문장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정되지 않은 단어로 인해 국민이 오해하게 만들고, 국제사회에서도 오해하게 만드는 건 굉장한 동맹훼손”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에서 ‘바이든’이 아니라고 판단한 계기에 대해선 “여러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다”고 했다. 그러나 진행자가 ‘조금 전 음성전문가들로부터도 최종 판정될 수 없는 음성이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되묻자 “최종적으로 100% 확정할 수 없는 내용”이라면서도 “바이든은 아닌 게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이라고 표현하는 건 그렇겠지만, 확인한 전문가들로부터 들은 얘기는 ‘바이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 이 부대변인은 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언론이 그 단어가 어떤 단어인지 확정해나가는 과정이 있었다면 문제가 없었다”며 “그런데 그런 과정 없이, 저희(대통령실)에게 확인도 없이 대통령의 발언이 기정사실화돼 자막화되고 무한 반복됐다. 이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대통령 발언은 확인되기 전까지, 정확하게 검증되기 전까지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사회자가 ‘영상기자가 찍은 모든 영상을 대통령실에서 확인하느냐’고 묻자 이 부대변인은 “확인한다는 게 사전검열 이런 개념을 말씀하시는 거 같은데 그런 의미가 아니다”라며 “(풀 취재) 가장 중요한 건 정확성이다. 특정 기자가 잘못 들은 게 전체 기자에게 전달되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녹음이나 녹취 내용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는 건 당연한 거다. 모든 정부가 그렇게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부대변인은 대통령실이 해당 발언에 대해 보도 유예를 요청한 것과 관련해서는 “공적 발언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이 발언의 취지가 무엇인지, 내용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할 때까지는 이것을 임의로 보도해서는 안 된다는 요청을 분명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앞서 김은혜 수석이 윤 대통령이 국회를 지칭해 ‘이XX들’이라고 발언했다는 취지의 해명에 대해 노코멘트한 이유를 묻자 “비속어 논란이 본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26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당을 지목한 것은 아니다. 야당에도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 수석이 야당을 지칭했다고 인정한 바가 없다는 의미다. 

대통령실의 이같은 진화 노력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사태가 커지는 모양새다. 대통령실이 전문가 자문을 통해 ‘바이든’이 아님을 검증한 것은 객관적인 결과를 얻기 위함으로 보인다. 하지만 발언을 한 주체인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나온 배경과 정확한 발언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이 생략되고, 발언의 당사자가 ‘진상규명’을 주장하면서 정국은 꼬이고 있다. 

오히려 윤 대통령이 전날(26일) 도어스테핑에서 ‘진상규명’을 언급하고, 국민의힘이 이에 가세해 MBC 관계자들을 고발하겠다고 나서면서 대치 전선만 넓어지고 있다. 대통령실 영상기자단은 같은날 관련 영상에는 어떠한 왜곡과 짜깁기도 없었다고 밝혔고, 한국기자협회는 “눈엣가시와 같은 언론을 희생양으로 삼아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라고 반발했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현업언론단체는 2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막말 논란’ 책임전가 규탄 긴급 공동기자회견을 연다. 

거기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정언유착’ 공세에 대해 법적 조치를 예고하며,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종일 제가 MBC와 결탁해서 대통령의 막말 보도를 알고 미리 터트렸다는 식으로 몰아갔다”며 “터무니없는 황당무계한 주장들”이라고 비난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