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중 비속어 발언 논란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앞뒤 다른 이중적인 태도가 한미동맹에 심각한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워터게이트 사건을 언급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같이 말하며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처럼 미국은 정치지도자의 거짓말을 가장 경계한다”고 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불법 침입과 도청 사건을 은폐하려는 미국 행정부의 권력남용이 만들어낸 미국 최대의 정치스캔들이다. 이로 인해 닉슨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임기 중 사퇴한 대통령이 됐다.

박 원내대표는 “진상규명의 당사자인 대통령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적반하장에 이어 여당은 기다렸다는 듯 언론사 항의 방문에 나섰다”며 “대통령 실언으로 빚어진 외교적 망신이 거짓 해명으로 덮어지지 않자 대통령실과 여당은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애먼 야당 원내대표와 언론사 유착이라는 또 다른 왜곡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의 말 실수와 거짓 해명으로 자초한 일인만큼 뻔뻔한 반박과 치졸한 조작으로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국민께 백배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민주당과 MBC의 ‘정언유착’ 의혹을 제기하는 여당에 대해서는 “대통령 실언으로 빚어진 외교망신이 거짓 해명으로 덮어지지 않자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야당 원내대표와 언론사 유착이라는 또 다른 왜곡을 일삼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해외에 나가 욕설로 논란을 일으킨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다. 전 세계 언론이 이미 윤 대통령의 욕설을 보도했다. 이미 국민의 평가는 끝났는데 오직 대통령과 여당만 언론 탓을 하며 진실을 부정하고 있다”며 “본인의 욕설 논란에 대해 깨끗하게 사과하고 지금의 국민 분열을 스스로 정리하라. 민생위기 극복에 힘을 쏟고 국민통합에 나서라. 대통령 본연의 역할을 생각하고 기본으로 돌아오라”고 충고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대통령실의 해명에 전날 경기도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은 도청 장치보다 거짓말이 화근이었다. 전두환 정권은 ‘탁치니 억하고 박종철 열사가 죽었다`는 거짓말이 탄로 나 몰락했다”고 말했다. 거짓말이 불러올 파장에 대해 경고한 셈이다.

한편, 우리 정부 고위당국자에 따르면 해당 발언 논란이 불거지자 조태용 주미 대사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바이든 대통령이나 미국 의회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는 김은혜 수석의 설명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NSC 고위 당국자나 미국 정부 측은 이해한다는 반응과 함께 설명에 감사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조 대사 등 주미대사관에서는 이번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아직 미국 의회나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한미동맹 관계가 훼손되거나 영향을 받은 것은 없다고 전했다. 다만 고위당국자는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보도는 한미동맹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의회 차원의 항의가 없었을 뿐 미 의원들이 본인들의 SNS에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분개하는 글을 올린 사례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소속 피터 마이어 하원의원은 본인의 SNS에 <워싱턴포스트>의 기사를 공유하고 “이봐, 그런 말은 우리끼리 하는거야(hey, only we get to say that)”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카이알리 카헬레 민주당 하원의원도 같은 기사를 공유하고 ‘20% 지지율(20% approval rating)’이라고 조롱하며 “존경하는 대통령님, 당신은 당신 나라 일에나 집중하세요(With all due respect Mr. President, you should focus on your own country.)”라고 불쾌감을 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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