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MBC를 향한 십자포화를 퍼붇고 있다. 당장 이번 사안을 ′공영방송 정치적 중립성′ 문제로 결부시키는 모습이지만, 정치권 안팎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MBC를 향한 십자포화를 퍼붇고 있다. 당장 이번 사안을 ′공영방송 정치적 중립성′ 문제로 결부시키는 모습이지만, 정치권 안팎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차단에 힘을 쓰고 있는 국민의힘이 화살을 MBC에 돌렸다. MBC가 악의적 프레임을 덧씌워 이번 논란을 부추겼다는 이유에서다. 일면으론 논란에 대한 ‘적극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지만 과거 MBC 보도에 대한 ‘불만’이 공세의 동력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MBC에 대한 강도 높은 조치를 공언했다. 그는 “MBC 행태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며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단어인 만큼 더 철저한 확인이 필요한 데 MBC는 이런 확인 과정을 생략하고 자의적이고 자극적인 자막을 입혀 보도했다”고 날을 세웠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가세했다. 간사를 맡고 있는 박성중 의원을 비롯해 권성동·김영식·윤두현·하영제·홍석준·허은아 의원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언론사에 흑역사로 길이 남을 심각한 조작방송”이라며 “한국 대통령을 비난하려고 미국을 상대로 사기까지 벌이는 게 MBC의 현주소”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들은 △대국민 사과방송 △박성제 사장 및 해당 기자 등에 대한 명예훼손 고발 조치 등을 꺼내 들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안이 이른바 MBC의 ‘프레임’으로 촉발됐다는 시각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22일 미국 뉴욕에서 언급한 발언이 어떤 단어인지를 명확히 알 수 없음에도 MBC가 ‘자막’을 입혀 보도를 하면서 논란으로 비화됐다는 것이다. 당내 의원들이 연이어 해당 발언이 ‘바이든’으로 들릴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방증한다. 

국민의힘이 비속어 논란과 관련 적극 대응하고 나선 것은 일차적으로 이번 사안이 ‘외교적 문제’로 비화되는 데 대한 우려가 깃들어 있다. 당장 해당 발언이 ‘미국’을 겨냥한 것이 될 경우 ‘한미동맹’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주 원내대표가 이날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한미동맹을 해칠 수 있는 위험 사안의 보도에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 대표적이다. 

◇ ‘언론탄압’ 비판도

그러나 국민의힘은 더 나아가 이번 사안을 ‘공영방송의 중립성’ 문제와 결부 짓는 모습이다. 지난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시 ‘내곡동 의혹 보도’, 대통령 선거 국면에선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이 KBS·MBC를 통해 보도된 데 대한 불편한 감정이다. 국민의힘은 그간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을 맹공한 바 있다. 권성동 의원은 당 대표 권한대행이던 지난 7월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좌지우지하는 방송”이라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번 사안 역시 이러한 대응과 궤를 같이한다. 주 원내대표도 이날 회의에서 “경찰사칭, 야당 대선 후보 녹취록 방송 등 정치적 중립성과 취재윤리를 무시한 보도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MBC의 행태는 도저히 두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날을 세웠다. 더 나아가 국민의힘은 현 상황을 “제2의 광우병 선동”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민주당과의 ‘유착설’을 주장하는 것 역시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해당 보도가 나오기 전 이를 먼저 거론했다는 점을 고리로 ‘정언유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민주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검언유착′ 프레임으로 옭아맨 것을 그대로 이용하는 모양새다.

김종혁 비대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야당이 먼저 공격하고 언론이 그걸 확인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라며 “만일 특정 정당과 언론사가 보도 전 사전 교환하며 여론몰이를 했다면 정언유착뿐 아니라 윤리적 비판과 법적 제재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행 비대위원도 “특정 기자가 밀정 노릇을 했다고 밖에 의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쏘아붙였다.

다만, 이러한 국민의힘의 대응에 대해 정치권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불편한 보도에 대해 위력을 사용해 언론을 탄압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새어 나오면서다. 이수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민의힘이 전당적으로 언론 겁박에 나섰다”며 “대통령 심기 보좌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한국기자협회·전국언론노동조합 등도 이날 일제히 성명서를 내고 “눈엣가시와 같은 언론을 희생양으로 삼아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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