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헌화 추모를 하고 있다. /뉴시스
3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헌화 추모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경찰은 집회나 시위와 같은 상황이 아니면 일반 국민을 통제할 법적·제도적 권한은 없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 10월 31일)

“주최 측이 없는 상황에서 경찰이 중앙 통제된 방법으로 군중관리를 할 수 없다.” (한덕수 국무총리, 11월 1일)

10여년 사이 젊은이들이 이태원 일대에서 핼러윈을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그러다보니 핼러윈 주간 이태원은 ‘엄청난 인파’로 유명세를 탔다.  

지난달 29일 역시 핼러윈(원래는 10월 31일)이 가까운 주말이었기에 이태원 인근에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한 곳에 몰려들어 결국 사고가 발생했다. 비행기, 기차, 버스 혹은 배가 아닌 길에서 15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한 것이다. 

문제는 핼러윈이 가까운 주말 이태원은 '붐빈다'는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등이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어째서 당시 경찰을 배치해 통행 유도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터져 나왔고, 우리가 들을 수 있는 답은 그저 ‘주최 없는 행사는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 ‘국민의 생명·안전 보호’ 의무 

이태원의 핼러윈이 주최 없는 행사인 것은 지난해나 올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8만명 가량이, 올해는 10만명 정도 방문했다. 그런데 이전에는 이같이 큰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있던 지난해 뿐 아니라 이전에도 경찰이 배치됐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 측에서 주장하는 ‘주최 없는 행사는 국가 혹은 경찰이 통제할 수 없다’는 말은 사실일까.

우선 헌법 제34조를 살펴보자. 34조 6항에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의무라는 의미이며, 국가는 재해의 위험에서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또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에는 “경찰관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천재(天災), 사변(事變), 인공구조물의 파손이나 붕괴, 교통사고, 위험물의 폭발, 위험한 동물 등의 출현, 극도의 혼잡, 그 밖의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에는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이태원 참사의 경우 ‘극도의 혼잡’에 해당될 수 있다. 다만 법안에는 ‘할 수 있다’고 돼 있기 때문에 강행규정이 아니라 재량규정이기는 하다. 그러나 1998년 관련 법안을 근거로 한 손해배상 대법원 판결 요지를 살펴보면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는 형식상 경찰에게 재량에 의한 직무수행권을 부여한 것처럼 돼 있지만, 이런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을 감안하면 경찰관이 그 권한을 행사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불합리하다 인정되는 경우 위법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돼 있다.

즉 해당 판례를 비춰보면 ‘극도의 혼잡’ 상태인 이태원 인근에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경찰이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에 따라 그 장소에 모인 사람 등에게 필요한 경고를 하거나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사람들을 피난시키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또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제4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나 그 밖의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발생한 피해를 신속히 대응·복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용산구는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또 재난안전법 제3조 5에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정의가 담겨 있는데,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공공단체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역시 행안부와 서울시, 용산구 모두 해당된다. 

실제로 연말연시 서울 명동이나 강남 같은 도심, 혹은 해넘이와 해맞이 명소의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경찰을 배치하는 등의 ‘특별관리’를 해왔다. 또 명절 연휴에 많은 귀성객과 여행인파 등이 몰리자 치안 관리를 위해 평시보다 경찰력을 더 많이 배치하기도 했다. 이같은 경찰 배치가 정부의 초법적 권한 행사였을까.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확대 주례회동에서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집단 행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인파사고 예방 안전 관리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1일에는 ‘크라우드 매니지먼트’(인파 관리)라는 개념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인파 관리 경험이 있는 나라에 살고 있었다. 그 경험을 이번에는 활용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므로 정부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최종 결론: 전혀 사실 아님

근거자료

-헌법 제34조

https://www.law.go.kr/법령/대한민국헌법/(19880225,00010,19871029)/제34조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법령/경찰관직무집행법/(20220203,18807,20220203)/제5조

-대법원 1998. 8. 25, 선고, 98다16890, 판결 :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 관련 판례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precInfoP.do?mode=0&precSeq=116952&vSct=%EA%B2%BD%EC%B0%B0%EA%B4%80%20%EC%A7%81%EB%AC%B4%EC%A7%91%ED%96%89%EB%B2%95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3조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법령/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20220405,18684,20220104)/제3조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4조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법령/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20220405,18684,20220104)/제4조

-연말연시 해넘이·해맞이 행사 안전관리 최우선 /행정안전부, 2017. 12. 28

https://mois.go.kr/frt/bbs/type010/commonSelectBoardArticle.do?bbsId=BBSMSTR_000000000008&nttId=61292

-특별치안으로 큰 사건ㆍ사고 없는 평온한 추석명절 확보 /경찰청, 2017. 10.10

https://www.police.go.kr/user/bbs/BD_selectBbs.do?q_bbsCode=1002&q_bbscttSn=1B000001119709000&q_tab=&q_searchKeyTy=lngtCn___1002&q_searchVal=%EC%9D%B8%ED%8C%8C&q_rowPerPage=10&q_currPage=1&q_sortName=&q_sortOrder=&

 

 

해당 기사는 2022년 11월 3일 오후 6시 42분경 각종 포털사이트로 출고됐으나, △연재번호를 오기한 사실과 △출처 URL 링크가 미반영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11월 4월 10시 40분경 수정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앞으로 보다 꼼꼼하게 검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전) 

- [이슈&팩트(196)]
 

▲(수정 후) 

- [이슈&팩트(195)]

-헌법 제34조 (링크 설정)

https://www.law.go.kr/법령/대한민국헌법/(19880225,00010,19871029)/제3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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