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형사 고발했다. 장 최고위원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환아 방문 사진에 '조명'이 쓰였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김 여사가 지난 12일(현지시간) 프놈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14세 아동의 집을 찾아 건강상태를 살피고 위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대통령실이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형사 고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장 최고위원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심장병 환아 방문을 두고 ‘최소 2∼3개의 조명 등 현장 스튜디오를 동원한 콘셉트 촬영’이라고 허위 발언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장 최고위원의 주장이 허위이며, 국익 침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현직 국회의원을 형사 고발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기도 하다. 

◇ 대통령실, ‘허위사실 유포’로 장경태 형사고발

김 여사는 지난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심장질환을 앓는 14세 아동의 집을 방문했다. 방문 당시 아동을 안고 찍은 사진을 두고 장 최고위원은 ‘빈곤 포르노’(Poverty Pornography·모금 등 지원에 필요한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 가난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영상 혹은 사진)라고 비판했고, 김 여사가 촬영 당시 조명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지난 20일 언론 공지를 통해 “김 여사 방문 당시 조명을 사용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공당인 민주당의 최고위원이 사실 관계를 확인조차 하지 않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장 최고위원은 같은 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외신과 사진 전문가들은 김 여사의 사진이 ‘자연스러운 봉사 과정에서 찍힌 사진이 아니라 최소 2~3개 조명까지 설치해서 사실상 현장 스튜디오를 차려 놓고 찍은 ‘콘셉트 사진’으로 분석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소 2개의 별도 조명을 활용해 찍었을 전형적인 목적이 분명한 Off-camera flash 사진’ 등 외신과 사진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언론과 야당에 재갈을 물리고 걸핏하면 압수수색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참 잔인한 정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대통령실은 22일 장 최고위원을 ‘허위사실 유포’로 서울지방경찰청에 형사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출처 불명 글 토대로 공적 회의(당 최고위원회의)서 허위 사실 유포 △실체 없는 허위 근거 제시 △국익 및 국민 권익 침해 등을 법적 조치 이유로 들었다. 대통령실은 조명이 없었던 것은 현장 사진 등 물증에 의해 명백하고 이를 수사기관에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 MBC 보도에도, ‘조명’ 고발에도 ‘국익’ 강조

장 최고위원이 주장한 게 사실인지 여부는 수사를 통해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실 혹은 과거의 청와대가 야당의 현직 국회의원을 고발 조치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는 평가다. 야당 최고위원이 언급한 내용을 정치를 통해 푸는 것이 아니라, ‘법적 조치’를 이용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도 제기된다. 

대통령실은 ‘국익’을 언급하며 고발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우방국인 캄보디아 정부가 해당 일정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달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야당이 오히려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캄보디아에게 외교적 결례를 했다’며 양국 간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대한민국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민 혈세를 들인 외교적 성과를 수포로 만들려는 것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취재진들에게 “국익을 침해해서 존재하지 않는, 없는 결례를 만들려고 해서 대응한 것”이라며 “장 의원이 ‘콘셉트 촬영’이라는 허위 발언이 대한민국이나 캄보디아 정부 이전에 그 힘들고 아픈 아이들에게 큰 상처 줬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9월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당시 불거진 ‘이XX들’ 발언 논란 보도 당시, MBC의 보도가 국익을 해치고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번 장 최고위원 고발 결정을 전할 때도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국민에게 피해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양쪽 상황에서 사용된 논리가 같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익 앞에 여야가 없다”며 국회를 향해 경제·민생 살리기에 동참해달라고 했다. 내년도 예산안과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이날 장 최고위원을 고발했다. 장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갈을 물리기 위해 고발하고 겁박한다면 응하면 안 될 것”이라며 발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민주당도 당 차원의 논평을 통해 반발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의혹에 성실하게 답하는 것이 대통령실의 바른 태도인데, 거꾸로 이러한 의혹을 전한 야당 국회의원을 고발하겠다니 참 뻔뻔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야당 관계자는 “대통령실(청와대)이 야당의 현직 국회의원을 고발하는 건 처음 봤다”며 “본인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국익 핑계를 대는 것 같다. 국익에 보탬이 되지 않으면 밥도 굶고 살 셈인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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