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발리 누사두아 컨벤션센터(BNDCC)에서 열린 'B20 서밋 인도네시아 2022'에서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발리 누사두아 컨벤션센터(BNDCC)에서 열린 'B20 서밋 인도네시아 2022'에서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각국 기업인들을 만나 글로벌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디지털 전환을 통한 공급 혁신’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 9월 유엔총회 참석 당시 제시한 윤석열 정부의 디지털 혁신 비전인 ‘뉴욕 구상’ 실천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동남아시아 순방 두 번째 방문지인 발리의 누사두아 컨벤션센터(BNDCC)에서 열린 B20 서밋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B20 서밋은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출범한 민간 회의체로, 회원국 경제단체와 기업인 대표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경제계 시각에서 세계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정책과제를 채택해 G20에 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다보니 ‘경제계 유엔총회’에 비견된다. 

◇ B20서 ‘디지털 전환’ 해법 제시

윤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이번 글로벌 복합위기는 과거와는 달리 수요측 요인보다는 공급측 충격이 크게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 회복 과정에서의 공급망 차질, 다양한 지정학적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산비용은 올라가고, 공급 역량은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따라서 위기에 대응하는 해법 역시 공급 측면에서 찾아야 하며 정부의 역할 또한 바뀌어야 한다”며 “현재의 글로벌 여건 속에서 민간이 중심이 되는 공급측 혁신의 핵심은 ‘디지털 전환’에 달려있다”고 제시했다. 즉 과거 위기가 닥쳤을 시 정부 주도 대응이 아니라, 민간 주도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저는 늘 민간 주도, 시장 중심으로 경제시스템을 전환해 경제 체질을 강화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고, 이를 또 강조해 왔다”며 디지털 전환을 위해 한국 정부가 △규제 혁신 △디지털 인재 양성 교육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핵심 분야 기술 개발 지원 △디지털 플랫폼 정부 등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 공간에서의 보편적 가치 구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는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제시한 ‘뉴욕 구상’과 맞닿아 있다. ‘뉴욕 구상’은 자유, 연대, 인권과 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디지털 세계에서도 실현될 수 있도록 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만들고 지켜나가는 데 전세계가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새로운 글로벌 디지털 질서를 주도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B20이 글로벌 디지털 질서를 논의할 수 있는 최적의 공론장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국 정부는 G20 차원의 논의를 선도하도록 B20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구현해 나가겠다”고 했다. 

◇ B20에서도 ‘민간 주도’ 혁신 강조

윤 대통령의 이날 기조연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 위기와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8년 금융위기는 금융시스템 붕괴로 발생했고, 2020 팬데믹 위기는 방역 봉쇄 조치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는 공급 역량 축소로 발생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다만 글로벌 복합위기 극복에 디지털 전환이 왜 필요한지는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디지털 기술이 기존의 산업, 데이터와 결합하며 비용 절감과 동시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비즈니스가 발생하고 있다”고만 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만 나열했을 뿐이다. 

윤 대통령이 이날 강조하고 싶었던 내용은 글로벌 성장 전략을 ‘민간 주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정부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글로벌 경제 의제를 제시하던 B20은 기업 간 파트너십을 강력하게 구축하는 매개체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보다는 기업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평소 생각이 드러난 셈이다.

이날 기조연설은 지난 9월 미국 뉴욕대(NYU) 주최 포럼에서 제시한 뉴욕 구상과 맥락을 같이 한다. 당시 윤 대통령은 ‘디지털 자유시민을 위한 연대’라는 제목의 기조 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의 디지털 혁신 비전을 밝히고 자유와 인권, 연대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세계 시민들이 함께 추구해야 할 디지털 질서에 관한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기조연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한국 정부가 새로운 디지털 질서 구축을 위한 G20 차원의 논의를 선도하고, B20과 G20의 긴밀한 협의를 중재하겠다는 한국의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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