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발리 국제공항에 도착해 환영인사들의 영접을 받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발리 국제공항에 도착해 환영인사들의 영접을 받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째 해외 순방은 순방 자체보다 대통령실과 언론의 불편한 관계가 더 주목 받는 형국이다. 순방 출발 전부터 MBC의 전용기(공군 1호기) 탑승을 배제하더니, 전용기 내에서는 특정 언론사 기자들만 불러 면담을 가졌다. 또 순방에 동행한 기자들이 현지에서 풀(POOL·공동취재) 기자단 취재가 불가능한 상황이 연이어 벌어지며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 ‘MBC 탑승거부’와 ‘전속취재 논란’

시작은 MBC 탑승 거부였다. 대통령실은 순방 출발 전인 지난 9일 밤 MBC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다는 통보를 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은 다음날 “대통령 순방이 임박한 시점에, 대통령실이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특정 언론사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는 일방적 조치로 전체 출입기자단에 큰 혼란을 초래한 데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공동성성명을 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요지부동이었다. 오히려 ‘가짜뉴스’를 생산한 MBC의 잘못이 크다는 태도였다. MBC 취재진은 결국 민항기를 탔다. 대통령실은 여전히 MBC의 잘못을 주장하고 있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15일 해당 이슈에 대해 “취재의 자유를 제한하는 취재 배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특별히 사과하거나 그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 다음에 불거진 논란은 풀 기자단 취재 배제였다. 통상 대통령실 취재는 소수의 취재진이 기자단을 대표해 현장을 취재한 뒤 전파하는 ‘풀 취재’ 방식을 택한다. 그런데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있었던 한미·한일정상회담 당시 풀기자는 현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대신 대통령실 관계자가 회담 내용을 정리해 사후에 공지하는 ‘전속취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 일부러 풀기자의 취재를 막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지난 14일 이에 대해 “두 회담이 대통령실 전속 취재로 진행된 것은 양국 간 사전 협의에 따른 것”이라며 “정상 외교는 의제나 방식, 장소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해 완전 비공개부터 완전 공개(생중계)까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 분명한 점은 한 나라가 일방적으로 취재나 보도 방식을 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일본 취재진은 정상회담장에 들어갔다’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퍼지거나, '출입기자단이 MBC 탑승 배제 공동성명을 내서 풀취재를 막았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위 주장의 진위 여부와는 별개로, 여론이 대통령실의 언론관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이 드러난다. 

◇ 특정 언론사 기자만 불러 ‘면담’

이 와중에 또 다른 논란도 불거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인도네시아 발리로 이동했다. 순방기자단 역시 동행했다. 전용기가 발리로 날아가던 중 한 승무원이 특정 언론사 2곳 출입기자를 전용기 앞쪽에 있는 대통령 전용 공간으로 안내한 것이 알려졌다. 이들은 약 1시간 동안 윤 대통령과 대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두 기자는 대통령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15일 “대통령이 평소 인연이 있는 기자를 만나서 이동 중에 편한 대화를 나눴을 뿐 취재와 무관하다는 것을 봤고, 그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에게 ‘불편한 보도’를 한 특정 언론사는 탑승을 배제해놓고, 사적 친분이 있는 언론사만 면담을 한 것이냐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이번 순방을 떠나는 길에 기내 간담회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두 기자만 부른 데 대한 논란이 커졌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같은 논란에 “공사 구별 못하는 그릇된 인식“이라며 ”비판 언론은 탄압하고 우호적 언론만 편애하는 게 윤 대통령의 언론관인지 답하라“고 지적했다. 위선희 정의당 대변인 역시 ”80여명이 넘는 동행 취재진은 배제한 채 단 두 명의 기자에게만 ‘취재편의’를 제공하는 대통령의 언론관에 과연 '공정'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질타했다. 

윤 대통령은 4박 6일간의 순방 동안 한미·한미일·한일정상회담과 ‘세일즈 외교’를 했고, 한중정상회담을 가졌다. 다수의 양자회담도 있었고, 다자회의에도 참석했다. 이태원 참사 후속조치, 2023년도 예산안 등 현안 해결을 위해 일찍 귀국하는 윤 대통령의 일정을 고려하면, 상당히 숨가쁜 일정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언론의 불편한 관계에 가려 이같은 노력은 퇴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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