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사진 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을 마치고 나와 각각 회동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뉴시스
주호영(사진 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을 마치고 나와 각각 회동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국회 본회의가 예정됐던 1일 여야 지도부는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개의를 잠정 연기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당의 본회의 개의 압박에도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날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 의장의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가졌지만 별다른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박 원내대표는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이 끝내 안 들어와도 단독으로 개의해 달라는 요청을 할 수밖에 없고, 의원총회에서도 뜻을 모아 강력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기국회를 시작하면서 여야 지도부 차원에서 합의했고 국회의장도 공지한 사항이다.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게 아니라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이라며 “과거 안건 없이도 이미 잡힌 본회의를 개의해 보고 안건을 듣고 의사진행 발언을 했다. 전례 없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측에서 끝내 본회의에 불참할 경우에 대해서는 “우선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안 처리도 않고 본회의도 안 들어오겠다는 데 가만히 계셔야 되겠나”며 “법정 처리 시한인데 예산안 처리를 위해 내일 본회의를 열지 않을 것인가. 합의, 예정 일정인데 국민의힘이 반대한다고 해 본회의를 열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정조사가 끝난 뒤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당의 주장에 대해 민주당은 조사와 책임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같은 날 오전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국정조사와 해임건의는 별개의 건이다. 국정조사는 유가족과 국민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진상 규명'과 관련된 부분이고, 해임 건의나 탄핵은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책임자를 세워놓고 국정조사를 진행하는 것보다 일단은 해임이나 파면으로 책임을 요구하고 국정조사는 국정조사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앞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10.29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해임건의안을 제출했고, 당초 예정되어있던 1일 오후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이 보고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당 측에서 본회의 개의를 막아서면서 해임건의안은 물론 내년도 예산안 처리까지 불투명해졌다.

이에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이 예산안으로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이유로 ‘정부예산안 처리 무산 가능성’을 언급하며 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며 “정부예산을 챙겨야 할 집권 여당이 예산을 인질로 삼아 이상민 장관을 지키려 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에게는 대통령의 최측근 장관을 지키는 것이 정부예산, 민생예산보다 더 중요하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예산안부터 하자”

반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가 ‘오늘 본회의를 열어 해임건의안을 보고해달라’고 요청했고, 저희는 ‘오늘 처리할 안건이 없을 뿐 아니라 안건에 대한 합의도 되지 않았다’며 반대했다”며 “상정할 안건이 없고, 의사 일정 합의가 되지 않아 오늘 본회의를 열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측은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이 오는 2일인 만큼 예산안 처리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날 본회의를 열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보고 되면 파행으로 치닫을 수 밖에 없으니 본회의를 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법정 시한인 2일 오후 2시까지 여야 예결위 간사들에게 최대한 의견 차이를 좁혀 협상할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민주당의 해임안 처리 시도를 당파적 이윤 추구라고 폄훼하며 “국민적 참사를 정부와 여당에 대한 공격 수단으로 사용해 정권을 흔들고 정치적 이득을 보겠다는 심산”이라고 비판했다.

양 대변인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거론하며 “‘정치적, 도의적 책임’이 기준이라면 당장 해임되어야 할 건 다름 아닌 이재명 대표다. 온 가족이 수사 대상에 올라 자기 자신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었으며 최측근들까지 줄줄이 구속되고도 뻔뻔하게 대표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특수본에서 현재 진행 중인 수사와 국정조사가 진행된다면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드러날 것이고 잘못에 대한 추궁은 그 이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인데 일단 행안부 장관부터 옷 벗으라며 악을 쓰는 민주당의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을 위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 집무실로 들어서고 있다./뉴시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을 위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 집무실로 들어서고 있다./뉴시스

◇ 해임건의안과 예산안 쟁점 

여야 지도부가 해임건의안으로 팽팽한 줄다기리를 벌이는 동안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예결위에서도 긴장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2023년도 예산안 심사는 우원식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으며, 예산안 쟁점마다 이견이 팽팽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이전 비용, 경찰국 관련 비용 등에 민주당이 반발하자 국민의힘은 ‘대선불복’이라며 “칼질이 도를 넘는다”고 맞서고 있다.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정부에서 준예산 준비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무책임하고 정략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29일 여당의 비협조를 꼬집으며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의도적으로 어겨서 준예산으로 가겠다는 대통령실 지침이라도 받은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저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예결위원장을 해 봤지만 예산안 심사와 관련해선 주말도 없이 밤을 새워서라도 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오히려 이제 와 상임위 재심사를 주장하면서 예산조정소위를 10분만에 파행시켰다. 누가 여당이고 누가 야당인지 도무지 구분할 수가 없다”고 했다.

회계연도 개시일인 내년 1월 1일까지 국가 예산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정부는 전년도 예산에 준해 잠정적으로 예산을 집행한다. 이를 준예산이라고 한다. 실제 준예산이 집행될 경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려던 각종 사업 관련 예산은 사실상 사용할 수 없다. 또한 법률 상 의무지출과 기관 운영비 등 최소한의 비용 외 보육료와 일자리 지원 등 민생사업 지출도 모두 막힌다.

우원식 예결위원장은 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목요일까지 이견 없이 원만하게 소위 심사를 진행했는데 느닷없이 막판에 와서 여당이 상임위를 통과한 예산을 본인들이 동의하지 않았다고 회의에 불참하고 정부도 거기 동조해서 회의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야당으로서 할 수 있는 수단은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하는 증액은 포기하고 꼭 막아야 하는 예산을 감액하는 야당 단독의 수정안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 목요일 국정조사 계획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금요일부터 국민의힘 예결소위원회 위원들 행태가 갑자기 180도로 바뀌었다”며 “국정조사를 파행시키려는 정략적 목적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사실상 민주당 단독개의는 쉽지 않다”고 어렵게 운을 뗐다. 그는 “논리는 민주당이 가지고 있다. 국정조사 해야 하는 것도 맞고, 장관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도 맞다. 예산안도 타협하고 수정해서 반영하자는 민주당 말이 맞지 않냐”면서도 “그런데 지금 거대 야당이 독주하고 있는 이미지를 주기가 어렵게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지지하시는 분들은 민주당이 일하는 모습 보여주고 시원시원하게 밀고나가기를 원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내일(2일)까지 여당과 원만한 합의로 본회의가 개의되는 것이 최상책이다. 예산안도 시안을 넘기면 갖은 쪽지예산이 난무하는 걸 우리가 다 봐왔지 않나”라고 밝혔다.

거대 정당이 단독 처리를 하는 것이 낯선 일은 아니지만, 여당보다 야당이 더 큰 ‘거야’의 상황에서 독주하는 야당의 나쁜 이미지를 국민에게 심어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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