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셰어링 업계에서 주차장의 중요성이 한층 강조되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카셰어링 업계에서 주차장의 중요성이 한층 강조되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중대 변곡점을 마주하고 있는 국내 카셰어링 업계에서 ‘주차장’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편도 카셰어링 서비스 규제 개혁 움직임과 전동화 및 자율주행 흐름 속에 주차장이 재도약의 거점 역할을 할 전망이다.

◇ 규제 개혁·전동화 흐름 속 주차장 역할 주목

태동한지 10여년이 지난 국내 카셰어링 업계는 그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생소했던 카셰어링 서비스는 대중적 인지도를 넓히며 어느덧 친숙한 존재가 됐고, 차량 운영대수도 초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폭 늘어났다.

이 같은 카셰어링 업계는 최근 중요한 변곡점을 마주하고 있다. 그동안의 성장이 양적·외형적 성장에 무게가 실렸다면, 이제는 질적·내실적 성장에 방점이 찍힌다. 이용자수와 차량 운영대수 등 시장규모가 일정 수준에 이른 가운데, 다양한 수요를 발굴하고 그에 맞춘 서비스를 구축해나가는 것이 중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이를 통한 탄탄한 수익구조를 구축도 강조되고 있다. 주요 카셰어링 업체들이 최근 들어 편도 서비스와 각종 구독 상품을 적극 내놓고 있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카셰어링 업계에서 ‘주차장’의 존재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실, 차량을 대여해주는 카셰어링 서비스에 있어 주차장은 애초부터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최근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변화는 주차장의 중요성을 한 차원 더 높이고 있다.

먼저, 정부의 편도 카셰어링 규제 해소 움직임이다. 국내 카셰어링 업계는 그동안 제도적 미비로 인해 ‘반쪽짜리 카셰어링’이란 치명적 한계를 지녀왔다. 기존 렌터카 관련 제도의 차고지 규정을 적용받아보니 유기적인 공유경제 구현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현행 규정상 카셰어링 차량은 반드시 정해진 장소로 되돌아와야 이후 영업이 가능하다. 때문에 카셰어링 이용자들은 대여한 장소로 차량을 반납해야 한다. 원하는 곳에 반납하는 ‘편도 서비스’가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업체 측에서 추가 비용을 받고 차량을 대신 이동시켜주는 개념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안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확정한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방안 29건에 포함됐다. 애초 대여한 곳이 아닌 다른 곳에 반납한 차량도 곧장 다시 대여해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규제 완화는 내년 상반기 중 이뤄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발목을 잡아왔던 규제가 사라질 경우, 카셰어링 업계는 기존 차고지 외에 다양한 장소 및 형태의 주차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게 된다. 이를 통해 보다 원활한 편도 서비스 제공 및 수익성 강화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전동화 및 자율주행 흐름 역시 카셰어링 업계에서 주차장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전기차로의 전환은 주차장을 단순히 차량을 세워두는 공간에서 충전도 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또한 자율주행 기술 확대는 카셰어링 차량을 직접 가지러 가지 않고 원하는 곳으로 불러 탑승할 수 있는 서비스 구축을 가능케 할 전망이다. 주차장은 이러한 서비스에 있어서도 거점 역할을 할 중요한 존재다.

실제 각 카셰어링 업체들은 이전부터 주차장 확보를 위해 공을 들여왔으며, 최근엔 주차장 관련 행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업계 1위 쏘카는 상장을 앞둔 지난해 12월 온라인 주차플랫폼 ‘모두의주차장’ 운영사인 모두컴퍼니를 전격 인수했다. 2013년 출범한 모두의주차장은 전국 8만여개의 주차정보를 제공하고 있을 뿐 아니라 1만8,000여개의 공유주차장 및 2,100여개의 제휴주차장 서비스도 운영 중인 주차플랫폼의 대표주자다.

쏘카는 지난 10월 모두의주차장과의 협업을 통한 쏘카존(쏘카 차량 대여장소) 확대를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모두의주차장이 기존에 진행해온 주차면 공유사업에 쏘카존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쏘카는 쏘카존 확충을, 주차면 소유자는 부가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렌탈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그린카는 일찍부터 그룹 계열사인 롯데마트와의 협력을 통해 그린존(그린카 차량 대여장소)을 확보해왔다. 또한 2018년 GS칼텍스를 2대주주로 맞으면서 GS그룹 계열사였던 GS파크24와도 다양한 협력 관계를 구축한 바 있다.

쏘카와 그린카로 양분된 카셰어링 업계에서 잰걸음을 이어가고 있는 피플카도 든든한 우군이 존재한다. 피플카는 2020년 휴맥스모빌리티를 새 주인으로 맞았는데, 휴맥스모빌리티는 이에 앞선 2019년 국내 1위 주차장 운영업체 하이파킹을 인수하기도 했다. 

휴맥스모빌리티는 셋톱박스 업계 1위 휴맥스가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사모펀드 운영사 스틱인베스트와 함께 설립한 자회사다. 휴맥스모빌리티는 전기차 충전설비업체 휴맥스EV와 자동차 유지관리업체 카123도 거느리고 있다. 피플카를 인수한 목적을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피플카가 계열사와 함께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며 카셰어링 업계에서 입지를 키워나갈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차장은 카셰어링 뿐 아니라 모빌리티 업계 전반에서도 그 중요성이 강조될 것”이라며 “주차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 및 사업을 구현하는 행보가 머지않아 경쟁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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