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운을 띄운 가운데 국민의힘이 이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다만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의문이 따른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운을 띄운 가운데 국민의힘이 이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다만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의문이 따른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치권에서 선거제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탄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현행 소선거구제 대신 중대선거구제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한 데 이어 김진표 국회의장도 힘을 보태고 나왔다. 논의에 물꼬가 틔였지만, 현실 가능성은 미지수다. 민주당이 이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는 데다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의원들이 이를 동의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 중대선거구제 두고 여야 온도 차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중대선거구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주 원내대표는 “모든 선거구제는 일장일단이 다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까지 소선거구제에 대한 폐단이 많이 지적되고 있는 만큼 이제부터라도 활발하게 선거구제도 장단점을 치열하게 토론해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제도에 대한 합의에 이르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논의는 윤 대통령이 지난 2일 <조선일보>와 신년 인터뷰에서 처음 꺼내면서 공론화 됐다. 윤 대통령은 ‘정치 양극화’ 해소를 위해 지역 특성에 따른 중대선거구제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여기에 김진표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현행 소선거구제 체제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선거제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987년 이후 도입된 현행 소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한 명의 당선인만을 내는 구조다. 박빙의 승부에서도 최다 득표자만이 유일하게 당선을 할 수 있는 만큼 ‘승자 독식 구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반면 중대선거구제의 경우, 한 지역구에서 최소 2명 이상의 당선자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민의’를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한 정당에서 복수 공천을 통해 당선자를 독식할 수 있어 다양성 보장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개편 논의 과정에서 ‘세밀한 조율’이 필요한 이유다.

국민의힘은 선거구제 개편에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있는 만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본격적인 논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법상 1년 전까지는 선거구 제도를 획정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올해 4월까지는 어떤 방법으로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차적으론 당 정개특위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논의를 한 뒤 필요하다면 정책의원총회 등을 열어 당내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백지상태에서 듣는 것”이라며 “지도부가 미리 어떤 제도에 대해 선호 표시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이에 대해 군불을 떼고 있지만, 야당의 분위기는 마냥 좋지만은 않다. 일각에선 이를 적극 도입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그에 못지 않게 ‘뜬금없다’는 분위기도 새어 나온다.

특히 중대선거구제 역시 거대 양당의 ‘나눠 먹기’가 가능하다는 점은 대표적인 반대 논리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대선거구는 사실상 거대 정당들이 나눠 먹기를 하기에 훨씬 편리한 제도”라고 말했다. 윤건영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일각에선 나눠 먹기 우려 등 검토할 부분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선거구제 개편이 곧 지역구 의원들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선거구제 개편이 텃밭인 영남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것이란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호남 같은 곳은 3~4인을 해도 정의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사실상 국민의힘에 불리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간 선거를 앞두고 선거구제 개편 논의에 불이 붙었지만, 실제로 법개정으로 이어진 적이 없었던 역사도 현실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이유다.

이렇다 보니 사실상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지금 현역 의원들이 선거구가 줄어드는 것에 결사반대를 하기 때문에 그것이 성공하기는 굉장히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양당이 독점하는 정당 체제를 타파하고자 하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국정조사도 연장도 안 되는 상황에서 특정 정당이 주도권을 가지고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선 협상 자체가 난망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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