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문재인 전 대통령이  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공보실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문재인 전 대통령이  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공보실 제공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첫 업무일인 2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해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이 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되고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이후 4개월 만의 만남인 만큼 이들의 만남에서 나온 메시지에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이 대표를 만나 1시간 40여분 동안 오찬과 함께 환담을 나눴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민생 경제가 참 어려운데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당이 민생 경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잘해서 국민에게 희망이 되는, 희망을 주는 정당이 되면 좋겠다”고 새해 덕담을 했다. 이 대표를 향해서는 “우리가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가 절대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해 말한 게 없었냐는 질문에 “그 부분을 딱 짚어서 말하지는 않았고,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가 후퇴해선 안 된다’는 것에 대해 같이 공감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국정조사가 진행 중인 이태원 참사, 민생 경제, 북한의 무력도발 등 현안과 야당 및 시민사회를 향한 정부의 기조에 대한 대화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검찰조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이 대표를 중심으로 노력해야한다’는 말에서 문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해석할 수 있다.

◇ 사법리스크 앞 당내 통합행보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77.77%라는 역대 최고의 득표율로 당대표가 됐다.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득표율까지 기록한 이 대표였지만, 당내에서 사법리스크 우려가 상당했던 것도 사실이다.

검찰이 이 대표의 측근을 구속하고 중앙당사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수사가 본격화되자 민주당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에 당이 대응할 것이 아니라 이 대표 개인의 문제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 검찰 출두에 앞서 당대표 용퇴론도 불거졌다.

대표적인 친명계(친 이재명) 정성호 의원이 인터뷰 등을 통해 “언론에서는 비명계 의원들이 이러저러한 (집단 반발) 움직임들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의원은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갖고 있다”고 해명하며 당내 반발 수습에 열을 올렸지만, 비명계의 목소리는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이원욱 의원은 분당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으면서도 “임계점이 넘어선다면, 윤석열 정부가 저렇게 못하는데도 민주당 지지도가 국민의힘 지지도를 쫓아가지를 못한다면, 그 원인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때문이라고 판단이 선다면, 탈당 요구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대표직 사퇴를 넘어 탈당까지 언급한 셈이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사법리스크 정국이 이어지자 당과 이재명 대표 개인의 수사를 분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점차 커졌다. 이제 이 대표의 주변에는 측근 20여 명 밖에 남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수사 분리 대응론이 점차 주목받자 이 대표는 2일 “이게 개인에 대한 공격인지 당에 대한 공격인지에 대한 판단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검찰의 수사가 이 대표 한 사람에게 집중 된 것이 아니라 야당 인사들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야당탄압’으로 보고 당이 대응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가 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손가락 하트를 해보이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공보실 제공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가 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손가락 하트를 해보이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공보실 제공

◇ 비명계 마음 움직일까

지난 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의 구속과 관련해 본인의 SNS에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뒤집고 지우는 현 정부의 난폭한 처사를 깊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미국으로 떠난 지 반년 만에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면서 조기 귀국 가능성도 나왔다. 또한 친문계(친 문재인)의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신년 특별 사면됐다. 비록 복권은 없었지만, 비명계의 결속을 충분히 유도할 수 있는 인물이다.

연말 내내 비명계 인물들이 주목받으면서 이 대표의 당내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신년을 맞아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인사회도 뒤로 하고 문 전 대통령에게 향했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메시지를 냈다. 이에 따라 친문계도 다시 당 지도부와 발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0일 신년사에서 “유난히 추운 겨울이다. 치유되지 않은 이태원 참사의 아픔과 보듬어주지 못하는 못난 모습들이 마음까지 춥게 한다. 경제는 어렵고, 민생은 고단하고, 안보는 불안하다. 새해 전망은 더욱 어둡다”고 우려했다. 새해에는 당 지도부와 친문계가 함께 대정부 공세에 힘을 합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구속기소되고,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검찰에 소환되는 등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을 향한 검찰의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수감돼있다. 당내 소수파인 노웅래 의원은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동의안 표결까지 갔다. 계파를 막론하고 검찰 수사는 민주당을 향하고 있다.

한 친명계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흔들리는 사이 새로운 구심점이니 하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다”면서 “지금 민주당은 분열할 때가 아니다. 이재명 대표도,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도 모두 검찰의 칼날 앞에 있는 만큼 새해에는 새 뜻으로 결집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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