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정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 차별화에 나섰다. 지난해 대선 이후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던 정의당이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바로 ‘김건희 특검’과 ‘대장동 특검’, 그리고 ‘이재명 체포동의안’이다. 당 자체 이슈가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정의당은 민주당과 다른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 사안마다 ‘민주당과는 다른 길’ 선택한 이유

정의당은 14일 ‘50억 클럽’ 특검 도입을 위한 자체 법안을 발표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서 불거진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대장동 특검’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정의당은 여기서 이해충돌의 여지가 있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교섭단체의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신 정의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 비교섭단체가 특검을 추천하도록 했다. 

또 정의당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정미 대표는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라, 이것을 먼저 촉구하고 검찰을 세게 압박하는 것이 필요한 때”라면서 검찰 수사를 먼저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지 않는다면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그리고 정의당은 ‘이재명 체포동의안’에 당론으로 동의할 것임을 시사했다. 정의당은 최근 들어 체포동의안에 반대한 일이 없다. 이에 대해 이정미 대표는 “영장실질심사는 그 자체가 당신이 범죄자라고 단정 짓는 것이 아니다. (정의당은) 국회가 영장실질심사의 법적 절차를 피할 수 있다고 하는 게 하나의 특권이라고 누누이 이야기해왔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이 이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우선 민주당이 추진하는 ‘쌍특검’(대장동-김건희 특검) 때문이다. 특검법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180명의 찬성표(재적 의원의 5분의 3)가 필요한데, 169석의 민주당으로서는 정의당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정의당으로서는 민주당의 ‘그림’대로 끌려가기 보다는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배팅을 하는 셈이다. 

또 민주당이 정의당에 충분한 협조를 구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민주당이 특검법을 발의하고 2개월 간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설명하지 않은 채, ‘이제 와서 패스트트랙에 올리겠다’고 통보한 것에 자존심을 구긴 셈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정의당의 행보에 대해 “민주당이 2중대 취급하고 국회 정책에 대해 공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총선이 1년여 남았다는 점도 정의당 행보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정의당의 미래를 우려하는 견해가 많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정의당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점, 대선에서 심상정 당시 후보가 득표율이 높지 못했던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다음 총선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난 총선과 대선을 계기로 비례 투표 당시 정의당을 선택하는 민주당 지지층도 많이 사라진 상태다. 

이에 정의당은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민주당 2중대 탈피’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쌍특검’에 쉽사리 찬성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의당이 어떤 사안에 대해 결정할 때마다 ‘○○당 2중대’라는 비판을 듣는데, 이번 행보를 통해 이같은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지금 행보가 정의당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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