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혜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6일 외교부가 일본 정부가 아닌 한국 재계가 기금을 모아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도록 하는 ‘제3자 변제’ 방안을 공식 발표한 것에 대해 “삼전도의 굴욕에 버금가는 외교사 최대 치욕”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이 결국 역사정의를 배신하는 길을 선택하는 것 같다”며 “(제3자 변제안은) 가해자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을 짓밟는 2차 가해”라고 일갈했다. 이어 “가히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외교사의 최대 치욕이자 오점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는다. 도대체 이 정부는 어느 나라 정부인가”라며 “박근혜 정권 몰락의 단초가 됐던 ‘위안부 졸속 협상’을 타산지석 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과 관련해 제3자 변제 방식을 공식화 했다. 해당 방식은 한국 정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배상금 상당액을 모금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 2018년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일본 피고 기업(일본제출·미쓰비시중공업)이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과 다른 결정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국민은 이 굴욕적인 강제동원 배상안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일본의 전쟁 범죄에 면죄부 주려는 모든 시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국민과 함께 강력히 맞서겠다”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이날 이 문제에 대해 윤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와 엮어 강력 비판했다. 정 최고위원은 ‘나라를 멸할 수 있으나 역사를 멸할 수 없다. 대게 나라는 형체와 같고 역사는 정신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역사학자 박은식 선생의 말을 인용하며 “윤석열 정부의 3·1절 기념사를 두고 역사를 잊은 대통령이라는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백범 김구 선생은 해방 후 극악한 친일파 살생부 263명의 명단을 작성한 바 있다”며 “대한민국 기득권 세력의 뿌리가 여기 많이 적혀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민족반역자에게는 공소시효가 없다며 나치 부역자를 끝까지 추적해 척살하고 처벌한 프랑스와 대조적”이라며 “프랑스는 나치 부역자를 끝까지 추적해서 척살했고, 그래서 프랑스 국민들이 ‘이제는 용서하고 화해하자’, ‘관용의 나라’, ‘똘레랑스의 나라’가 됐다”고 언급했다.

정 최고위원은 “오늘 일제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일본의 사과 없는 ‘제3자 변제’가 발표될 것 같다”며 “일본 전범 기업이 배상해야 할 돈을 왜 우리가 대신 물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의식의 문제가 없는 ‘대일 굴종 외교’의 끝판왕”이라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