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정혜원 기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개최된 외통위 전체회의에 불참하면서 ‘반쪽’ 회의가 개최됐다. 이날 외통위 전체회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12명과 무소속 김홍걸 의원만이 참여했다. ‘제3자 변제안’을 비롯한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이 도마 위에 올랐다.

◇ 국민의힘 “대통령 방일 이후” vs 민주당 “미루기 위한 꼼수”

국민의힘은 16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과 이후에 회의를 개최하자는 입장이다. 외통위 위원장을 맡은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회의에 앞서 여야 간사 간 합의가 불발된 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서로 입장차가 있다”며 “참고인 참석 문제와 대통령 순방 등에 있어서 개최 시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속 논의하자는 게 양당 간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민주당이 외통위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이런 중대한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상임위 전체회의에 양금덕 할머니까지 모셔 와서 정쟁을 일으키고 정부 방침을 비방할 생각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이러한 입장이 외통위 전체회의 개최를 미루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 불참한 김태호 의원을 대리해 위원장 직무를 대행한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양 할머니의 참고인 채택을 국민의힘이 반대했다. 한일 정상회담 이후에 참석을 요구했다”면서 “국민의힘이 정상회담 이후 질의를 모으자고 의견을 냈지만 미루기 위한 ‘꼼수’”라고 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외통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외통위는 여야를 떠나 국익 우선의 정책을 최우선으로 지켜나가야 하는 입장에서 정부 관계자도 오지 않고 여당 의원들도 오지 않은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했다. 당초 민주당은 이날 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의 현안 보고를 청취하고 사안에 대해 질의할 계획이었지만, 박 장관이 불참하면서 이 역시도 무산됐다.

◇ ‘규탄결의안’까지 제안… 대여 공세 ‘격화’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규탄 결의안’까지 언급하며 대여 공세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반역사적이고 반인륜적이고 반인권적인 야합과 굴종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맞서겠다”면서 “국회 차원에서 ‘굴욕적 강제동원 배상안 처리 규탄 결의안’ 추진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민주당 외통위 의원들 역시 ‘규탄 결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도 필요하다면 정부의 굴욕적 해법안에 대해 규탄 결의안을 추진해서 민주당과 무소속, 그리고 정의당 의원을 포함해서 여기에 동의하는 의원들이 정부의 무도함에 대해 국민과 함께 강력히 항의하는 절차를 밟아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도 “상임위가 지금 열려있는 상태에서 (규탄)결의안을 아예 통과시키자”면서 “그러면 오늘 참가하신 양 할머니에 대한 마음 아픔에 대해서도 사죄하는 게 되지 않을까 싶고 외통위가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지 않나”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민주당의 ‘규탄 결의안’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은 ‘정략적’이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민주당은 지금 이재명 대표를 둘러싸고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고 정부에 대한 정치적 논란을 만들 수 있는 지점이 그뿐(강제동원 배상안)이라 발목을 잡는 것 같다”면서 “오늘 외통위를 개최한다던가 여러 정치 공세를 펼치는 것은 국익을 위한 게 아니라 정치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 양 할머니 “그런 돈은 안 받아”

이날 외통위 전체회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양 할머니는 정부가 제시한 ‘제3자 변제’ 방식에 대해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런 돈은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사실상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양 할머니는 “정부가 뭣 하는 정부냐, 대통령 옷 벗으라 하고 싶다”면서 “지금까지 고통을 받고 살고 있다. 지금 내 신세가 이래서 지금까지 고통을 받는데 나라가 아니라 원수들”이라고 말하며 책상을 내리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이(야당 의원) 양심에 닿는 대로 그 말을 하셔서, 우리나라가 언제든지 동포들이 편안하게 살도록 하는 것은 여러분들이 할 일”이라며 “여러분이 사람답게 살게끔 해달라. 분해서 못 살겠다”며 토로했다.

양 할머니는 정부가 배상안을 발표한 지난 6일에도 “동냥처럼 주는 돈은 받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2018년 대법원판결로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징용 피해자는 총 15명이며, 양 할머니는 이들 가운데 현재 생존해있는 3명의 피해자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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