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2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문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2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문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언이 더불어민주당을 흔들고 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발언으로 촉발된 문제는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을 두고 불거진 계파 간 신경전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민주당이 당내 논란으로 어수선해지자 즉각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를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21일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전언 해석을 두고 여진이 이어졌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누구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이야기는 박 전 원장이 하셨던 이야기가 아닐까”라며 “문 전 대통령의 화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두 분들 사이에 나눴던 대화이기 때문에 사실 확인을 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뭉뚱그려서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고 표현한 것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반면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훨씬 이전에도 그런 말씀이 있었다”며 “‘이 대표가 아니면 지금 달리 방법이 없다’ 이런 말씀”이라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의 발언에 힘을 실은 것이다.

그간 민주당 내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연일 지속됐다. 시작은 박 전 원장이 지난 17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면서다. 지난 10일 경남 양산 사저에서 문 전 대통령을 만났다는 박 전 원장은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 외에는 대안도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이재명 대표 중심의 ‘일치단결’을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기점으로 계파 간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러한 발언은 즉각 비명계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문 전 대통령이 과도하게 말씀하셨고 전달한 분도 잘못 전달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직접 문 전 대통령과 만난 것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이 조금 달라지고, 뭔가 결단하고 그걸 중심으로 화합하고 이런 모습을 보이기만 해도 내년 총선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격려해주셨다”고도 전했다.

이어 박 의원은 전날(20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이 대표에 관해선) 얘기 안 했다”며 “(박 전 원장이) 그런 문제로 전직 대통령과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고 혹시 나왔더라도 그걸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 입장 차 극명한 친명-비명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해석 논쟁’이 궁극적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국면을 바라보는 친명계와 비명계 간 입장차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문 전 대통령과 당사자 간 대화로써 이에 대한 명확한 진위여부를 파악할 수 없음에도 이를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전날(20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결국 어떻게 보면 아전인수격 해석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러한 논쟁이 당내 골이 깊은 이 대표의 ‘거취 논란’을 깔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이르면 이번 주 이 대표를 기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이를 두고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에 대한 거취 압박은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당직자의 기소 시 사퇴를 명문화해 놓은 ‘당헌 80조’ 논란은 여전히 뇌관으로 여겨지고 있다.

민주당 내부의 파열음이 새어 나오는 가운데 당장 국민의힘은 이를 놓치지 않는 모습이다. 대상은 문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민주당 전체를 향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은 ‘잊혀진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으면서 퇴임 이후 행보는 정반대”라며 “퇴임 대통령이 거대 야당 섭정 노릇을 해서야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신인규 전 국민의힘 부대변인도 이날 BBS 라디오에서 “(문 전 대통령) 본인께서 재직 중에 가장 나라를 두 동강을 냈다”며 “가장 진영결집을 본인이 하셨기 때문에 오히려 그걸 부메랑으로 돌려받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를 둘러싼 ‘당헌 80조’ 갈등도 부추기고 나섰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정치혁신의 상징이라고 주장했던 당헌 80조 삭제를 검토한 적 없다고 하지만 이 또한 거짓말”이라며 “오히려 대표직을 유지할 당헌상 근거가 있다며 당헌 80조가 없는 것처럼 국민을 속이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의 기승전 이재명 구하기가 눈물겹다고 해야 할지 점입가경이라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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