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진 정개특위 소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에서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 뉴시스
조해진 정개특위 소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에서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의원 수 확대 안(案)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민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의원 수를 늘리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두고 국민의힘은 전원위원회 참석 재검토까지 거론한 가운데, 정치권의 선거제 개편 논의도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20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의결한 선거제도 개편안에 대해 반발했다. 앞서 국회 정개특위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가 지난 17일 선거제 개편을 위한 세 가지 안을 결정했는데, 이 중 두 개의 안이 ‘의원 정수 확대’를 담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원 숫자가 늘어나는 안은 아예 안건으로 상정할 가치조차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선거제 개편안 논의는 민주당이 앞장서 비틀어 놓은 ‘준연동형 비례제’라는 국적 정체불명의 제도를 정상 제도로 바꿔놓자는 데 있다”며 “그 틈을 통해 느닷없이 의원 수요를 증원시키겠다는 말이 나오는데 우리 당은 어떤 경우에도 의원 수요가 늘어나는 걸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지금 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고치는 데는 확실히 뜻하지만, 그 방법으로 의원 정수를 늘리는 꼼수는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허용하지도 않겠다”고 못박았다.

앞서 여야는 선거제 개편을 위한 ‘전원위원회’를 열고 법정 시한인 4월 10일 이전에 최종안을 결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국회 정개특위는 소위에서 그간의 논의를 추려 최종 세 가지 안을 전원위원회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소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1안)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2안)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3안) 등이 그것이다.

1·2안 모두 지역구에선 한 선거구에서 한 명의 당선자를 내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차이는 ‘비례대표 의석’에 있다. 1안의 경우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지만, 2안의 경우 정당 득표율로 얻은 의석 중 지역구로 당선된 의석수를 뺀 나머지 부분을 비례대표로 채울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모든 비례대표 의석을 이러한 방식으로 하는 ‘연동형’과는 달리 연동 비율을 낮춰 적용한다는 점에서 ‘준연동형’으로 불린다. 3안은 도시지역에는 중대선거구제, 농어촌에는 소선거구제를 적용하고 비례대표의 경우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내용이다.

국회 정개특위는 지난 17일 소위에서 그간의 논의를 추려 최종 세 가지 안을 전원위원회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해당 안건에 따르면 소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1안)과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2안)의 경우 의원 정수를 350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 시사위크
국회 정개특위는 지난 17일 소위에서 그간의 논의를 추려 최종 세 가지 안을 전원위원회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해당 안건에 따르면 소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1안)과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2안)의 경우 의원 정수를 350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 시사위크

◇ 급제동 건 국민의힘에 불편한 민주당

문제는 세 가지 안 중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제외한 두 가지가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47명의 비례대표 의석에서 50명을 더해 총 97명의 비례대표 의원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다. ‘비례성 확대’에 목적을 두고 있지만 사실상 국회의원 수를 늘린다는 점에서 정치권 안팎에선 비판적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비례성이 확보돼 지금의 선거제도가 만들어졌는데 비례성을 확대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는 데는 이러한 ‘의원 정수 확대’가 여론의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원 수 확대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자신들까지 싸잡아 비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유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50명 증원 결사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사회는 심각한 인구 유출과 지역소멸 문제로 존폐를 고민하고 있는데, 국회는 비례대표를 늘리겠다고 한다”며 “도대체 국민들은 안중에나 있는지 묻고 싶은 심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렇다 보니 사실상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해당 안건들이 논의 테이블에 올라왔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정개특위 위원들과 면담 후 기자들을 만나 “지난 의원총회에서 우리 당 많은 의원들은 정수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고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당 안건들에 대한 재검토가 없을 경우 여야가 함께 하기로 했던 ‘전원위원회’ 불참 가능성도 시사했다. 주 원내대표는 “오는 22일 정개특위 전체회의 전에 우리 당 의원들의 의견이 반영이 된 안을 중심으로 해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해야 전원위를 열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국민의힘의 ‘강공 태세’에 민주당에선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개특위 의결 이후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던 것과는 달리 갑작스럽게 공세에 나서는 것 자체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의장 자문기구가 다양한 의견을 내놨으니 들어보자는 차원인데, 이렇게 상대를 일방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나쁜 정치 행태”라며 “대일 굴욕 외교를 하고 나서 국민들께 엄청난 지탄과 비난을 받으니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 발언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개연성을 부정할 수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마침 홍준표 대구시장도 그런 이야기를 했으니 당 대표가 이 문제를 선제적으로 제기해 국면을 바꿔보라는 교감이 주말에 있었는지 모른다”며 “본인들이 의총 때 했던 이야기를 곱씹어보면서 이해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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