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조건부 승인 결정으로 최종 관문을 통과하게 됐다. / 뉴시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조건부 승인 결정으로 최종 관문을 통과하게 됐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마침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고 최종 확정됐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조건부 승인’으로 결정되고, 한화그룹이 이를 수용한 것이다. 재계와 조선업계, 그리고 방산업계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일 것으로 보인다.

◇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공정위 심사, 결국 ‘조건부 승인’

공정위는 지난 27일,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방산 분야에서의 공정경쟁 제한 우려에 따른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이다.

이에 한화그룹 측은 “조건부 승인에 따른 경영상 제약이 있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와 기간산업 육성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당국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공정위 결정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마침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게 됐다. 이러한 인수 추진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당시 한화그룹은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을 공식 발표하고,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했다. 인수는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대우조선해양의 2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계획됐고, 지난해 12월 본계약이 체결됐다.

이후 한화그룹은 각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절차에 착수했고, 지난 2월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지난달 EU까지 해외에선 모두 승인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조선부분 뿐 아니라 방산부문도 살펴야하는 공정위는 당초 예상 및 기대와 달리 신속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이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리고 한화그룹이 이를 수용하면서 인수작업은 상반기 내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됐다.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은 다음 달 중으로 유상증자 등 남은 최종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 마침내 이룬 저마다의 숙원

이로써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 산업은행 모두 저마다의 숙원을 풀게 됐다.

먼저, 한화그룹은 조선부문으로의 진출을 통한 외형 확대와 방산부문에서의 압도적 위용을 구축을 동시에 이루게 된 모습이다. 현재 재계 6위인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5위권을 넘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방산부문에서는 기존 사업과 더불어 육·해·공을 아우를 수 있게 됐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15년 만의 성과이기도 하다. 한화그룹은 2008년에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한 바 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바 있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은 마침내 산업은행 품을 떠나 새 주인을 맞게 됐고, 산업은행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됐다. 무려 22년 만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외환위기 당시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되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2001년 산업은행 자회사가 됐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매각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회사 경영 악화와 대규모 분식회계 등 주인 없는 회사의 문제를 드러냈을 뿐 아니라, 국내 조선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저해시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실제 매각 추진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성사된 적은 없었다. 특히 HD현대그룹(옛 현대중공업그룹)으로의 매각 추진은 3년이라는 세월만 보낸 끝에 무산되기도 했다.

한화그룹 품에서 새롭게 출발하게 된 대우조선해양은 여러모로 든든한 모그룹을 두게 된데다 각종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도약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서 한결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공정위를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승인하되 방산분야에서 경쟁 제한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건을 내걸었다. / 뉴시스
공정위를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승인하되 방산분야에서 경쟁 제한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건을 내걸었다. / 뉴시스

◇ 조건 내건 공정위 “방산 분야 첫 사례 의의”

한편, 이번 기업결함 심사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위치한 거제 지역사회 등의 거센 반발을 마주하고, 한화그룹과 신경전 양상을 보이기까지 했던 공정위는 “방위산업의 특수성 및 수직결합으로 인한 효율성 증대 효과를 고려해 경쟁이 일부 이워지는 분야에 대해서는 현재와 같은 경쟁 여건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필요 최소한의 행태적 시정조치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시정조치를 통해 금지한 사안은 △함정 부품 견적가격을 대우조선해양과 경쟁 함정 건조업체 간에 부당하게 차별 제공하는 행위 △함정 건조업체가 입찰 제안서 작성을 위해 필요한 함정 부품 기술정보를 방사청을 통해 요청하였음에도 부당하게 거절하는 행위 △입찰과정에서 경쟁사업자로부터 취득한 함정 부품 또는 함정 관련 영업비밀을 해당 경쟁사업자의 동의 없이 서로 간 및 그 계열회사에 제공하는 행위다.

이 같은 시정조치는 인수에 참여하는 한화그룹 계열사 중 방위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그리고 피인수기업인 대우조선해양에만 적용된다. 적용되는 시장은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5년간 평균 시장점유율이 50%가 넘는 10개 함정 부품시장 중 방사청이 함정 부품을 직접 구매하는 관급시장을 제외하고 함정 건조업체가 부품을 구매하는 도급시장이다. 시정조치는 우선 향후 3년간 유지되며, 이후 시장환경 및 법제도 변화 등을 검토해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방위산업 시장의 기업결합에 대해 시정조치를 부과한 최초의 사례“라며 ”국가가 유일한 구매자인 수요독점 시장이라고 하더라도 입찰 과정에서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시정조치를 부과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한화-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결과 발표
2023. 4. 27. 공정거래위원회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