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지난 7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을 결정하고, 긴급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 뉴시스
한국노총이 지난 7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을 결정하고, 긴급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노정관계가 악화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결국 파행을 맞게 됐다. 경찰의 폭력진압에 반발한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이로써 양대노총 모두 빠진 경사노위는 존재의 의미가 무색해지게 됐다.

◇ 경찰 진압 과정서 유혈 폭력사태… 한국노총 ‘윤석열 정권 심판’ 선언

한국노총은 지난 7일 전남 광양 지역지부 회의실에서 제100차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경사노위 참여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경사노위는 1998년 1월 출범한 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를 모태로 한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진으로 노사정위가 꾸려졌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에 따른 IMF(국제통과기금) 체제를 극복하고, 노사문제의 대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한 기구였다. 이후 노사정위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11월 경사노위로 재편됐다.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한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1월 이후 7년 5개월 만이다. 한국노총과 함께 양대노총을 형성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노사정위 출범 이듬해인 1999년 2월에 이미 탈퇴했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두 노총이 경사노위에서 모두 빠지게 된 것이다.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불참은 예고된 수순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노정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노총은 지난달 경사노위가 사회적 대화 기구 출범 25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국제컨퍼런스의 내용 등에 반발하며 불참하기도 했다. 

이번 결정을 촉발시킨 건 경찰이 한국노총 간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폭력사태다.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은 앞서 지난달 29일 하청업체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중단 등을 요구하며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 도로에 7m 높이의 철탑을 세우고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그러자 경찰은 지난달 31일 사다리차를 동원해 진압에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김준영 사무처장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저항하자 경찰 역시 경찰봉으로 대응한 것이다. 특히 4명의 경찰이 김준영 사무처장의 머리 등을 수십 차례 내려치면서 유혈사태가 빚어지기까지 했다. 이렇게 체포된 김준영 사무처장은 지난 2일 구속됐다.

이에 한국노총은 즉각 거세게 반발했다. 경찰의 진압을 ‘과잉폭력’ 및 ‘공권력 남용’으로 규정하고 강력 규탄하는 한편, 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어 지난 7일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경사노위 불참을 결정한 것이다.

이후 한국노총은 광양 고공농성 현장에서 긴급 투쟁결의대회를 열어 강도 높은 대정부투쟁을 예고했고, 8일 오전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을 통해 경사노위 불참을 공식 선언하고 윤석열 정부 심판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부는 사회적대화 상대를 대화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적당히 구슬리거나, 그도 아니면 두들겨 패서 정부의 뜻을 관철시키고 그것을 법과 원칙의 승리로 자평하는 정권”이라며 “그것은 대화가 아니라 협박이며, 위력에 의한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경사노위가 파행을 빚는 것을 넘어 노정갈등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이 건설노조 간부의 분신 사망으로 투쟁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노총과 정부의 대립 역시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어느덧 25년의 역사를 지닌 경사노위는 앞서도 파행을 빚는 일이 적지 않았으며,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지적 또한 끊이지 않은 바 있다. 이번 파행 사태로 경사노위 존속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는 것도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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