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 뉴시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귀국에 정치권의 시선이 고정됐다. 이 전 대표가 당내 ‘비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새어 나오면서다. 당내에서는 이 전 대표의 역할론을 띄우는 목소리와 이를 견제하는 목소리가 혼재되면서 ‘내부 갈등’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4일 1년여 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복귀했다. 이 전 대표는 귀국 일성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자신의 책임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 메시지 끝에 그는 “못 다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다짐도 이어졌다.

친낙계에서는 이러한 메시지를 ‘정치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저도 예상을 못 했던 부분”이라며 “본인이 결국 앞으로의 정치 행보에서 좀 새로운 모습을 보이겠다, 변화된 모습을 보이겠다 이런 각오가 있지 않았나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간 ‘엄중낙연’이라는 평가를 받던 이 전 대표의 스타일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화법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귀국 전부터 그의 역할론이 회자돼 왔다. 민주당 내부에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비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다만 이 전 대표가 귀국 당일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은 만큼 그의 향후 정치적 행보는 당 안보다는 밖을 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전 대표는 일단은 강연 활동에 중점을 둔 행보를 이어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 계파 갈등 번질까

이 대표는 이 전 대표의 귀국에 대해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며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둘 간의 신경전이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점은 당내의 깊은 불안 요인이다. 지난 대선 과정서 극심한 경쟁을 치렀던 데다가 이후에도 지지층 간의 싸움이 비일비재했던 전례는 이들의 화합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로 작용한다. 

친낙계가 이른바 ‘개딸’로 불리우는 민주당 강성지지층의 행보를 ‘이낙연 악마화’라고 규정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낙연 악마화가 개딸들 중심으로 꾸준히 진행이 됐다”며 “(이 대표도) 이낙연 악마화와 무관하다고 저희는 생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당내 갈등이 극심해질 가능성’에 대해선 “이 대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언급했다.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지만, 이 전 대표가 당 내부에서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 전 대표에게는) 입국하자마자 이 대표를 때리는 방법과 당분간은 로우키로 가다가 강경 기조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었는데 일단은 후자를 택한 것”이라며 “당분간 로우키로 가면서 비명계를 중심으로 스킨십을 늘려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친낙계에서는 이러한 역할론 띄우기에 적극적이다. 이 전 대표의 귀국길을 마중 나온 설훈 민주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의 상임고문이기 때문에 적절한 상황에 맞춰 역할을 하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전 의원도 앞선 라디오에서 “그렇게 긴 시간을 침묵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물론 당내에서는 갈등 가능성을 낮게 보는 관측도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반(反)윤석열 전선을 형성해야 하는 만큼, 내부적으로는 힘을 합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이 대표가 이 전 대표가 갖고 온 분들을 제거하려면 갈등이 생기겠지만 이 전 대표도 지금 이 대표와 갈등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며 “갈등 요소가 크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개호 민주당 의원도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민주당의 승리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각자의 행동 방식과 정치양상, 정치적 행동에 의해서 함께 나가는 것”이라며 갈등설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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