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27일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전달했다. (앞줄 왼쪽부터) 김수정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 수석부위원장,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 서울고용노동청 관계자,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 정용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 조윤찬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27일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전달했다. (앞줄 왼쪽부터) 김수정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 수석부위원장,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 서울고용노동청 관계자,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 정용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 조윤찬 기자

시사위크|장교동=조윤찬 기자  2024년 최저임금이 사용자 측의 안에 가깝게 결정됐다.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240원이 인상돼 1만원이 넘지 않게 됐다. 이에 노동계는 물가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결정이고 ‘최저임금법’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 “물가인상·최저임금법 기준 반영 안 돼”

2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9일 2024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9,86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9,620원에서 2.5%(240원) 인상한 수준이다.

근로자위원 측의 최초 요구안은 시간당 1만2,210원이었다. 반면 사용자 위원 측은 최저임금을 동결하는 것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사용자 측은 국내 최저임금 수준이 높은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물가상승률은 2.7%다. 6월 전기·가스·수도 부문은 전년동월 대비 25.9% 증가했다. 물가상승률에 비하면 최저임금은 소폭 상승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에서 버스비 인상 등 공공요금 인상이 예정된 상황에서 최저임금은 조금만 올라 국민들의 생활이 힘들어졌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대중교통 이용료가 시내버스는 오는 8월부터 300원, 지하철은 오는 10월부터 150원 인상된다.

게다가 ‘최저임금법’ 부칙에 따라 2024년부터는 상여금과 식비, 교통비 등이 전액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다. 올해까지는 임금과 별도로 식비 등을 제공해야 했지만 내년에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이에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폭이 적은 나머지, 이전 월급보다 금액이 적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개정된 최저임금법에 맞춰서 적절한 최저임금이 책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최악의 인상률”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인상률을 보면 △2020년 2.87% △2021년 1.5% △2022년 5.05% △2023년 5.0%다. 이번 2.5% 인상률은 지난해 대비 절반이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노동자 최저임금위원)은 “1,000만명이 넘는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최저임금을 법적 근거 없이 엉터리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최저임금법’ 4조는 △근로자 생계비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규정했다. 이러한 기준들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최저임금 결정에 앞서 정부고위 인사의 ‘9,800원 가이드라인’ 발언이 논란이 됐다. 실제 2024년 최저임금이 가이드라인에 맞게 결정돼 최저임금위의 역할이 무시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희은 부위원장은 “물가인상률을 반영하면 최소한 1만원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했지만 공익위원들은 정부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측 안에 몰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용자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특별위원3명의 전원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이번 최저임금 심의는 노동자위원 1명이 공석인 상태에서 진행돼 노동자 측이 불리했다. 공익위원은 정부 측이 위촉해 구성된다.

◇ “하반기 최저임금위 가동해 제도개선 연구해야”

정용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최저임금위의 이번 결정이 ‘최저임금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담은 ‘이의제기서’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전달했다.

‘최저임금법’ 1조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위하는 목적이 있다. 정 부위원장은 “내년부터 각종 수당들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다. 임금이 삭감되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법’ 4조에 명시된 기준들로 심의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생계비 인상률, 소비자물가상승률 등의 다양한 지표가 있는데 여기에 부합하지 않는 의견만 제시됐다. 이들은 물건 값을 흥정하듯이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4조 위반이 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법’ 5조는 플랫폼 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을 따로 정하도록 했지만 최저임금위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해당 내용은 의무조항은 아닌 상황이다. 이 노동자들은 시간당 임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업무 건당 임금(수수료)을 받게 된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법에 따라 특수고용노동자의 최저임금이 정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정부에 최저임금 관련 연구조사사업을 건의할 방침이다.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산입되기 때문에 임금체계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민주노총은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최저임금이 보장되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를 하반기에도 가동해 제도개선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희은 부위원장은 “2024년 최저임금 결정을 다시 논의하라. 15차례 걸친 심의는 논의 과정, 결정과정, 결정액 모두 엉터리”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저임금법’ 9조에 따르면 노동자나 사용자 대표는 최저임금이 결정되고 10일 이내에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이의제기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장관은 이의제기가 적절하다고 인정되면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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