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무원의 중립의무와 자신의 발언등에 대한 의원들의 사과 요구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무원의 중립의무와 자신의 발언등에 대한 의원들의 사과 요구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원 장관이 한 보수성향 포럼에 참석해 한 발언이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문제 삼았다. 원 장관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를 꺼내 들며 반박했다. 다만 이러한 격론이 그간 회자돼 온 원 장관의 ‘출마설’과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그의 정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 장관과 민주당 의원들의 설전은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불거졌다. 민주당 국토위 간사 최인호 의원은 원 장관의 발언에 대해 “민생을 챙기고 행정을 집행하는 정상적인 장관이 아니라 유세장에 놓은 정치인의 모습 그 자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이 발끈한 원 장관의 발언은 지난 24일 한 보수성향 포럼에서 나왔다. 원 장관은 이 포럼에서 “야당의 터무니없는 공세에 맞서 내년 좋은 여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또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국가적 재편 때 정권교체 강화를 이뤄내야 한다”고도 말했다. 

민주당은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국무위원이 ‘총선 승리’를 언급한 것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아무리 정치인지만 장관이 됐으면 선거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한다”며 “(이게) 속마음이면 오늘 국회에 나와서 하는 모든 발언도 국민의힘 후보들을 도와 주기 위해서 하는 말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토부 장관이 아니라 여당의 선대본부장을 앉혀두고 질의를 할 수 없는 건 아닌가”라며 원 장관의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원 장관은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장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집권 여당의 총선에 도움된다는 ‘결과론적 이야기’일 뿐 선거에 직접 개입한 게 아니라는 의미다. 특히 그는 “저보다 직접적으로 선거 압승을 호소했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 기각된 바 있다”며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에 대한 비판을 반박했다.

◇ 당내선 출마 가능성 ‘활활’

원 장관은 최근 국민의힘 안팎에서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이 자주 거론되는 인사 중 한 명이다.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판세를 이끌어 줄 ‘간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원 장관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을 역임해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왔다는 점도 주효했다. 특히 양평 고속도로 의혹과 관련해 ‘전면 백지화’를 꺼낸 것을 두고도 여권 내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기도 했다. 야당의 집중 공격도 사실상 그의 출마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원 장관은 지난 28일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해 “총선에 대해 구도를 짜고 하는 부분은 당에서 할 부분”이라며 “제가 언급할 부분은 아닌 거 같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당내에서는 그의 출마를 높게 점치는 분위기가 나온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토부 장관을 하면서 일타강사로서 국민적으로 많은 호감도를 갖고 있다”며 “중요한 역할을 하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원 장관은 당연히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원 장관은 이날도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관련해 자신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추진재개 범국민대책위원회로부터 서명부를 전달받은 후 페이스북에 “주민들께서 원하고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노선으로 정상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오늘 상임위를 끝으로 정쟁을 위한 정쟁은 중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국토위 전체회의에선 “여야가 합의해 전문가 검증을 하는 게 정쟁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검증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물론 원 장관의 출마가 국민의힘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선 정치권의 의견이 분분하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SBS 인터뷰에서 원 장관과 나 전 의원의 복귀와 관련해 “이미 다 지나간 얼굴”이라고 지적한 게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라 그간 ‘소신파’로서의 강점을 지녔던 원 장관의 이미지가 실종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원 장관의 가장 큰 장점인 ‘할 말을 하는 정치인’에서 이제는 ‘안 할 말을 하는 사람’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KBS ‘사사건건’에서 “원희룡 장관의 행보를 보면 대통령의 생각을 오히려 좀 더 섣부르게 먼저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렇게 해서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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