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부산지역 국회의원, 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지난 3월 31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국민의힘·부산시 연석회의'에 참석,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부산지역 국회의원, 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지난 3월 31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국민의힘·부산시 연석회의'에 참석,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이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부실 운영 논란과 관련해 “(부산) 엑스포 유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언급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 잼버리 파행 논란이 2030 부산엑스포 유치에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하던 국민의힘은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부산엑스포 유치에 힘을 쏟고 있는 여권은 자칫 이번 사태가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대변인의 ‘물 건너갔다’는 발언을 직격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사고 친 당사자를 제쳐두고 오히려 사고를 수습하려 애쓰고 있는 중앙정부에 책임을 뒤집어씌운다”며 “잼버리 사태를 계기로 부산엑스포 개최가 ‘물 건너갔다’는 망언은 윤석열 정부 흔들기 위해 나라가 잘 안되기를 바라는 그 속내를 투명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논란은 지난 9일 김 대변인이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한 발언으로 촉발됐다. 김 대변인은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을 질타하는 과정에서 “저는 엑스포 유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안타깝지만, 우리보다 더 가능성 높은 나라가 있는 상황”이라며 “이걸 역전시키려고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이었는데, 이런 참사가 있는데 어떤 나라의 정치인이 대한민국에 표를 주겠나”라고도 했다. 아울러 “비판받기 싫으면 정부‧여당 하면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부산엑스포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정부‧여당이 각별히 신경을 쓰는 사안이다. 정부는 부산엑스포가 유치될 경우, 유발 효과만 약 61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막대한 경제 효과 외에도 이를 고리로 외교 영역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는 이점도 유치전에 힘을 쏟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PT)에 나서기도 했다.

◇ 후폭풍 차단 나선 국민의힘

잼버리 사태가 정치권 안팎의 화두로 떠오를 당시부터 국민의힘 내에선 이번 사태의 파장이 부산엑스포 유치 문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부산엑스포뿐만 아니라 국제행사 유치에 당연히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정부‧여당이 ‘성공적 마무리’에 힘을 쏟은 것 역시 이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렇다 보니 김 대변인의 발언은 사실상 여당의 불편한 감정을 건드린 꼴이 된 셈이다.

즉각 여당에선 맹비난이 쏟아졌다. 부산 남구갑을 지역구로 둔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부산뿐 아니라 온 대한민국이 유치에 힘을 쏟고 있는 일에 초를 쳐도 유분수”라며 “이게 제1야당 대변인이 할 말인가”라고 직격했다. 부산 서‧동구가 지역구인 안병길 의원도 “2030 부산엑스포는 오랜 시간 모든 국민, 기업, 정부가 혼신을 다해 오늘날 유력 개최지라는 입지까지 이끌어 온 ‘국가적 꿈”이라며 “민주당 대변인이라는 자가 한낱 세 치 혀로 이 모든 피와 땀을 모욕했다”고 쏘아붙였다.

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부산엑스포 얘기로 말꼬리 잡지 말라”라며 “영국 BBC 방송이 이번 대회는 한국의 역량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평가하는 등 전 세계가 우리 정부의 국제 행사 개최 능력을 의심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이를 유치하지 못하면 이번 잼버리 행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윤석열 정부 책임”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일단 여진 차단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이날로 잼버리 대회가 끝나는 만큼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재발을 막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이 그렇게 강조하는 책임소재는 잼버리가 막을 내리는 대로 철저히 따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빠른 시간 안에 문제의 원인을 밝힐 방법이 뭔지 그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당내 일각에선 이번 잼버리 사태가 부산엑스포 유치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엑스포 유치전의 경우, 국가 간 외교적 실익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외교력에 더 높은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잼버리를) 엑스포하고 연결하는 건 너무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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