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막을 내리자 여권이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강조했다. 특히 예산 사용 등에 관한 문제를 집중 추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 이면에 존재한 이권 카르텔 혁파도 다짐했다. / 뉴시스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막을 내리자 여권이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강조했다. 특히 예산 사용 등에 관한 문제를 집중 추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 이면에 존재한 이권 카르텔 혁파도 다짐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 대한 진상 규명을 벼르고 있는 여권이 또다시 ‘카르텔’을 꺼내 들었다. 약 1,000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은 이유를 ‘이권 카르텔’에서 찾고 있다. 이러한 여권의 칼끝은 궁극적으로 이번 잼버리를 추진했던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로 향하는 모습이다.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지난 12일 공식 폐영한 가운데 정부‧여당은 이번 잼버리 사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공언했다. 특히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실 운영의 결과를 낳자 예산 사용처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세금을 도둑질한 자가 있다면 소속과 지위,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엄벌을 처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그 많은 국민 혈세는 어디로 샜는지 등을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한다”고 했다.

여당은 일단 이번 사태의 제일 큰 책임이 예산을 집행한 전라북도에 있다고 못 박았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기본적으로 조직위 정관에 나와 있지만 예산 및 중요 사업계획 승인은 모두 전북도지사가 하고 있다”며 “예산을 주고 사업계획을 하고 집행을 전부 전북도에서 했다”고 강조했다. 일차적 책임은 전북도에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전북도에만 한정시키지 않고 있다. 그 이면에 ‘이권 카르텔’이 존재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잼버리 준비 과정에서의 높은 수의 계약 비율은 표적이 됐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조달청으로부터 받은 ‘2023 새만금 잼버리 관련 나라장터 입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수의 계약 비율이 69.1%라고 지적했다.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한 수의 계약이 전체 계약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부터가 석연치 않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민주당 전북도당 간부가 대표로 있는 업체가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발주한 용역 계약 8건 중 7건을 수의 계약으로 따냈다는 점도 여당의 의심을 더 하고 있다. 

◇ 문재인 정부 정조준하나?

비슷한 맥락으로 새만금 부지 선정의 적절성도 도마 위에 올렸다. 준비가 덜 된 부지에 잼버리를 유치하려고 한 이유가 이를 고리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확보를 노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국회도서관에서 입수한 ‘제17회 세계잼버리 종합계획서’를 토대로 새만금 잼버리의 SOC 포함 예산이 지난 1991년 강원도 고성 잼버리 대비 약 214배라고 주장했다. 고성 잼버리의 경우 SOC 간접 사업비가 약 26억이었던 반면 새만금 잼버리의 경우 국제공항·고속도로·신항만 등 총 11조원에 육박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권 카르텔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이 문제를 ‘정쟁화’할 의도가 없다는 표면적 입장과는 달리 국민의힘의 공세의 끝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못해 결국 부실 운영으로 이어졌다는 논리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은 ‘남 탓’을 할 것이 아니라 지금 즉시 국민들께 석고대죄하고 문재인 정부 시절 벌어진 잼버리 혈세 누수에 대해 책임지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그는 “‘이권 카르텔’을 혁파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북도와 민주당은 불쾌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전북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그에 따른 책임도 지겠다”면서도 “전북이 잼버리대회를 이용해 수십조원의 예산을 끌어왔다는 등 허위사실을 주장해 전북인의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주고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도지사로서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고 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준비 부족은 ‘전 정부 탓’으로 돌리고 부실 운영은 전라북도에 떠넘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자칫 ‘책임 전가’로 비치는 여당의 모습에 당내에서도 비판은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제 2년 차인 만큼 ‘우리가 문재인 정부보다 이게 낫습니다’를 광고해도 모자랄 판에 흡사 문재인 정부 7년 차를 연상하게 하는 화법으로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호남 출신인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호남에 또는 전남, 전북도민들한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어떻게 이야기를 할 수 있나”라며 “정신 나간 소리”라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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