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의 호위함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HD현대중공업이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 뉴시스
방위사업청의 호위함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HD현대중공업이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해군 호위함 수주전에서 한화오션에 밀려 고배를 마신 HD현대중공업이 강경 대응을 이어나가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과거 기밀유출 전력에 따른 감점 적용이 수주에 실패한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 가운데, 감점 규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향후 예정된 대규모 수주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되는 이 같은 행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기밀유출’ 감점 부당하다는 HD현대중공업… 결국 법적 절차까지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에 방위사업청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방사청의 해군 호위함 입찰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다. HD현대중공업은 이에 앞선 지난 11일엔 국민권익위원회에 방사청에 대한 국민고충민원을 접수하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달 이뤄진 방사청의 해군 ‘울산급 배치3(Batch-3)’ 사업 5·6번 호위함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에서 촉발됐다. 당시 HD현대중공업은 ‘신흥 라이벌’ 구도를 형성 중인 한화오션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최종 점수는 한화오션이 91.8855점, HD현대중공업이 91.7433점으로, 양사의 차이는 고작 0.1422점이었다.

이후 HD현대중공업은 이 같은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강경 대응을 이어나갔다. 방사청에 디브리핑을 요구한 데 이어 정식으로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방사청은 지난 8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권익위 민원 접수 및 가처분 신청에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은 기술 점수에서 앞섰음에도 감점으로 인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았으며, 이는 부당하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80점 만점인 기술능력평가에서 HD현대중공업이 72.3893점을, 한화오션이 71.4158점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0.9735점 앞선다. 나머지 20점은 가격 점수로, 양사 모두 만점을 획득했다. 특히 해군 ‘울산급 배치3(Batch-3)’ 사업 5·6번 호위함 입찰은 앞선 호위함에서 불거졌던 ‘저가수주’ 문제를 고려해 기술 점수 반영 비중을 끌어올린 것이었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은 2020년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저지른 기밀유출로 1.8점의 감점을 받았고, 최종 점수에서 한화오션에 밀렸다.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의 과도한 보안사고 감점 기준 강화로 인해 사실상 HD현대중공업만 부당하게 소급 적용을 받게 됐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보안사고 감점 적용이 방위사업 사업자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9년 9월 국무조정실과 국민권익위원회의 개선 권고에 따라 보안사고 감점 기준이 완화됐지만, 이후 2년간 세 차례에 걸쳐 다시 강화됐다는 것이다. 특히 보안사고 감점 적용 기간이 두 차례에 걸쳐 변경되면서 언제까지 적용받게 될지도 알 수 없게 됐다고 HD현대중공업은 강조한다.

즉, HD현대중공업의 강경 대응은 해군 ‘울산급 배치3(Batch-3)’ 사업 5·6번 호위함 입찰 실패를 넘어 향후 예정된 대규모 방사청 입찰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향한 업계 및 외부의 시선은 엇갈린다. 우선,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방사청 사업 특성을 고려해야 하고, 지나친 제재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기밀유출이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만큼 대가를 치러야 하며, 그것이 방위사업 분야에 깨끗하고 건강한 경쟁구도를 정착시켜 국가안보에 더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HD현대중공업이 강경 대응을 이어나가면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라이벌 구도 또한 한층 더 달아오를 전망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양사의 냉랭한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향후 주요 수주전에서도 꾸준히 맞붙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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