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제22대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한 후 이동하고 있다. / 뉴시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제22대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한 후 이동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14일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 개편 논의를 이어가기로 한 가운데, 당내에서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반대 및 위성정당 창당 금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터져 나왔다. 급기야 이탄희 의원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선거제 퇴행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이 의원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2대 총선에 남아있는 출마 기회를 다 내려놓고 백의종군하겠다”며 “선거법만 지켜달라”고 말했다. 지난달 자신의 지역구(경기 용인시정) 출마까지 포기하며 선거제 개혁을 촉구했지만, 지도부가 반응이 없자 배수진을 친 것이다.

이 의원은 “내일(14일)은 당이 더 이상의 혼란을 막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당의 입장을 정하자던 의총일로부터 벌써 2주가 지났고 어제(12일)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다. 규칙도 없이 총선이 시작된 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일은 반드시 우리 당의 입장을 정해야 한다”며 “한번 퇴행하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 양당이 선거법을 재개정할 리 없고 한 정당이 개정하려고 해도 상대 정당이 반대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두관 의원과 김동연 경기지사도 병립형 회귀 반대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김두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절대 퇴행적인 병립형 비례제로 돌아갈 수 없다”며 “제 한 몸을 던져서라도 고장 난 기관차를 막아 세우겠다”고 적었다.

이어 “병립형은 민주당과 김대중‧노무현 정신의 배신이며, 국민 배신이자 역사적 퇴행”이라며 “이런 일을 민주당의 정체성을 지켜야 할 당 지도부가 앞장서고 있다는 것을 정말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도 전날(12일) “기득권은 지키고 원칙과 약속을 버리면 국민들로부터 지지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누구에게나 지켜야 할 게 있고 버릴 게 있다. 민주당도 지킬 게 있고 버릴 게 있다”며 “우리가 지킬 것은 원칙과 약속이고 버릴 건 기득권이다. 민주당은 선거법에 대해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 민주당 지도부, 연일 ‘현실론’ 강조… 이탄희 “멋없게 이기면 세상 못 바꿔”

이러한 가운데 당 지도부 내에서는 다시 ‘현실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선거제라는 것에 대해 ‘어느 게 좋다 나쁘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제도라는 것은 늘 빛과 그림자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에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제도는 민의를 잘 반영할 수 있는가와 정치 발전에 기여할 건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 입장에서 지난 대선 과정을 통해 국민과 약속했던 방식(연동형 유지 및 위성정당 방지)이 있다. 그런데 그 방식이 현실적으로 작동이 좀 어렵다”며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위성정당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불가능하게 돼 있다. 국민의힘이 협조할 생각이 없는 상황에서, 이 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규백 의원도 이날 KBS 특집라디오 ‘오늘’에서 “우리가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거나 병립형으로 가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이미 20석에서 35석 앞서 나가는데 공정한 게임이 되겠는가”라며 지도부 입장에 힘을 실었다.

지도부의 병립형 회귀 움직임에 이탄희 의원은 “멋없게 이기면 세상을 못 바꾼다”고 직격했다. 이재명 대표의 “(선거에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는 발언을 반박한 셈이다.

이 의원은 “이 대표와 민주당에 호소한다”며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 아니다. 멋지게 이기자. 양당 기득권이 아니라 국민 편에 서겠다고 했던 대국민 약속을 지키고 지역구에서 1당을 하자”고 촉구했다.

아울러 “멋없게 지면 최악”이라며 “선거제 퇴행을 위해 우리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야합하는 무리수를 두면 총선 구도가 흔들리고 국민의 정치혐오를 자극해서 투표율이 떨어진다. 47개 비례대표 중 몇 석이 아니라 총선의 본판인 253개 지역구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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