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 개편에 대한 전 당원 투표 여부를 두고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이에 대해 당내 의원들의 평가가 엇갈리는 데 이어 지도부 내에서도 공개적으로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을 우려한 듯 당 지도부는 선거제 개편과 관련한 모든 결정을 이재명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 ‘선거제 개편 전 당원 투표’ 충돌

선거제도 개편을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하자는 제안은 정청래 최고위원으로부터 처음 나왔다. 이후 당의 실무진 차원에서 당원 투표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당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는 2일 당 지도부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렸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 당원 투표에 기대어 결정하는 것은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고 최고위원은 “숨지 말아야 한다. 총선은 국민과의 시간”이라며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에게 사랑받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인지를 최우선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정치를 해야 한다”며 “그러자고 국민의 대표로 국회의원을 선출했듯이 그러자고 정당의 대표로 지도부를 선출했을 것이다. 어떤 결정을 하든, 어딘가에 기대려 하기보다는 국민의 심판을 두려워하며 책임지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지도부 내 친명계(친이재명계) 최고위원들은 당원이 당에 주인인 만큼 중요한 문제에 대해 당원들의 의사를 물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이날 KBS ‘전종철의 전격시사’에서 “민주당이 지금 당원을 들러리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것(선거제)은 당원들도 굉장히 관심이 많다”며 “저는 전 당원 투표를 한다고 해서 이게 당원들의 뜻에 일방적으로 따른다거나 혹은 추수해서 따라가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BBS 라디오에 나와 “국회의원의 선출뿐만 아니라 모든 의사결정을 당원과 국민에게 묻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그것 자체를 부정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당원 투표를 제안한 정청래 최고위원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투표 하면 국민에게 책임 떠넘기는 건가”라며 “국민에게, 당원에게 묻는 것이 민주주의 헌법정신 아닌가. 중요한 정책을 당원에게 묻는 것이 나쁜가. 참 이상한 논리”라고 적었다.

◇ 공은 이재명에게

이러한 가운데 다시 민감한 사안으로 전 당원 투표 얘기가 나오자, 당의 원로는 물론 친명계 의원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친명계인 김두관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이미 2번의 당원 투표에서 실패했다”며 “2020총선 때 위성정당 창당 (당원) 투표와 박원순‧오거돈 성 추문으로 실시된 보궐선거 후보 내는 결정에서 우리는 실패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과 관련해 당원 투표를 했다. 또 지난 2021년 4월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폭력 문제로 보궐선거가 열리게 되자 당원 투표를 통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는 당헌 96조 2항을 무력화시키기도 했다.

당시 당 대표였던 이낙연 전 대표는 민주당을 탈당할 때 “기존 당헌을 고쳐가며 후보자를 낸 것은 제가 민주당 대표로 일하면서 저지른 크나큰 실수”라며 사과했다.

이에 김 의원은 “이것까지 실패가 아니라 하겠는가. 이것까지 당원들이 결정했으니 지도부는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진보 진영 모두가 반대하는 한미 FTA 추진 과정에서 당원 투표로 미루는 결정을 하지 않았다. 설명하고 설득하고 돌파했다”고 꼬집었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도 지난 1일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지도부가 입장이 있다고 하면 의원총회를 거쳐 의견을 모아 국민과 당원들을 설득하는 게 올바른 태도가 아닌가”라며 “그냥 당원들에게 어떤 게 좋다고 묻는 것이 과연 올바른지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당의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천벌 받을 짓”이라며 맹비난했다. 그는 같은 날 CBS 라디오에서 “원래 전 당원 투표로 간다는 게 제일 불길한 것”이라며 “히틀러가 국민만 보고 간다고 그랬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는 지난번에도 불체포 특권 포기하겠다고 해놓고 부결을 호소했다. 이번에 또 뒤집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누가 이 대표를 믿겠는가”라고 쏘아붙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원 투표를 주장하는 것이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원들 사이에서 병립형 회귀를 원하는 분위기가 우세하자, 선거제 문제를 당원 투표로 붙인 후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신당이 생기는 상황에서 당원들은 병립형 회귀를 선호하지 않겠는가”라며 “당원 투표는 병립형으로 돌아가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지지자들은 7대3 정도로 병립형 회귀를 원하는 수가 훨씬 많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는 선거제 개편과 관련한 입장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 권한을 위임하기로 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2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에서 선거제도와 관련해 허심탄회한 소통이 있었다”며 “선거제도와 관련한 당의 입장을 정하는 권한을 이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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