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이 준연동형제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이에 따라 총선을 준비해 오던 각 정당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22대 총선이 준연동형제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이에 따라 총선을 준비해 오던 각 정당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하고 국민의힘도 위성정당 창당 준비 절차에 들어가면서 22대 총선도 직전 총선과 마찬가지로 준연동형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총선을 준비해 오던 각 정당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이 중 녹색정의당과 제3지대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6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이재명 대표와 당 지도부가 결정한 ‘준연동형 유지’ 및 ‘통합형비례정당 창당’ 방침에 만장일치로 추인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의원들께서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결정 사항에 대해 만장일치로 뜻을 같이해 주셨다”며 “민주당은 22대 총선을 기존 제도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바탕으로 통합비례정당을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 윤석열 정부 심판을 위해 모든 정당과 정치단체들과 함께 뜻을 모아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전날 광주 5‧18민주묘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며 준(準) 위성정당인 ‘통합형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당내에서 병립형 회귀와 준연동형 유지를 두고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이 대표가 현행 제도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데는 ‘야권 연대’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번 총선을 윤석열 정권 심판 선거로 규정한 상황에서 ‘정권 심판론’에 동의하는 세력들을 규합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또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제3의 세력까지 힘을 모아야 한다”는 당부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4일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의 힘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우호적인 제3의 세력들까지도 함께 힘을 모아서 상생의 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면 우리 정치를 밝히는 데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 대표가) 민주당만의 승리가 아니라 민주당을 포함한 여러 소수정당, 시민사회와 연대해서 승리하겠다는 말씀을 하고 계신다”며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여러 정치 세력들에게 어떤 통로를 개방하고 통로를 만들어주는 역할까지 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했다.

◇ 불리하지 않다는 국민의힘

민주당의 결정으로 사실상 준연동형제로 4월 총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약속을 어겼다고 비판하면서도 총선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준연동형제는) 운동권과 개딸의 선거연합으로 당 대표 방탄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며 압도적 다수의 민주당에 의해 입법 폭주로 얼룩진 최악의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이 운동권 정당들과 손잡고 의회 독재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선언”이라고 맹비난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연일 이 대표와 민주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는 이날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체 선거가 한 사람의 정략적인 정치 공학에 따라 좌우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연동형 산식을 아시는 분 계시는가. 민주당도 모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 선거라는 것은 민의를 간명하게 반영하는 구조여야 한다”며 “그리고 왜 나은 지도 알 수 없는 그런 선거 제도를 왜 해야 하나. 그 출발 자체가 야합으로 출발한 거 아닌가”라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서는 총선 결과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만나 “민주당이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라 (국민의힘이) 불리하다고 보진 않는다”며 “전체적인 총선 판세에 대해선 불리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21대 총선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어 19석의 비례 의석을 차지한 바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위성정당을 창당해 17석을 챙겼다. 국민의힘은 현재도 ‘국민의미래’라는 당명으로 위성정당 창당 수순을 밟고 있다.

◇ 용혜인 ‘미소’, 녹색정의당‧제3지대 ‘우려’

하지만 소수 정당의 표정은 엇갈린다.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하기로 하면서 소수 정당이 독자 노선으로 갈 경우 원내에 진입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우선 일찌감치 야권에 ‘비례연합정당’을 제안한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권 심판과 역사의 진보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통합형비례정당을 추진해 승리를 만들어내자는 이 대표의 제안을 환영한다”며 “이는 지난해 11월 개혁연합신당을 제안했던 그 뜻과 올해 1월 민주진보진영의 비례연합정당을 또다시 제안했던 그 절실함과 맞닿아있다”고 적었다. 

이어 “‘반윤 개혁 최대 연합정당’으로 승리하자는 그 길과 이 대표의 제안이 같은 방향이라 믿는다”며 “가장 먼저 민주진보진영의 담대한 연합을 제안해 왔던 당사자로서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했다.

반면 정의당과 녹색당의 선거연합정당인 녹색정의당은 병립형 회귀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통합형비례정당’에 참여할지 독자 노선으로 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우 상임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병립형 회귀가 아닌 비례성 높은 선거제도를 주장해 온 녹색정의당의 입장으로서는 최악은 피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여긴다”면서도 “위성정당 방지법 제정을 통해 준연동형 비례제도의 취지를 온전하게 살리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통합형비례정당’ 내지 ‘준 위성정당’이 기존의 위성정당과는 어떻게 다르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어떻게 온전히 살릴 것인지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다”며 “이에 대해서 민주당의 보다 공식적인 입장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 다만 2020년 더불어시민당과 같은 형태라면 시민들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녹색정의당 관계자도 “이 대표가 말한 통합비례정당이라는 게 어떤 연합 정당을 만든다는 구체적인 정보가 확인이 안 됐다”며 “구체적으로 말한 게 없기 때문에 입장을 얘기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망국적인 집단이기주의”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국민도 그러하고 정치도 그렇고 제3의 목소리가 분명히 있다”며 “그 제3의 목소리들을 양당 카르텔 안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이다. 그러면 정치적 다양성을 죽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공동대표는 “그들에게는 이익일지 모르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제3의 목소리, 정치적 다양성을 압살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이것은 망국적인 집단이기주의”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가운데 준연동형제 유지가 녹색정의당과 제3지대에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1대 총선처럼 거대 양당에 표가 쏠린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거대 양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위성정당을 안 만든다면 제3지대 정당이 성공할 수 있지만, 위성정당을 만들면 거대 양당으로 표가 쏠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그는 “녹색정의당과 제3지대는 어렵게 됐다”며 “21대 총선처럼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총선에서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정의당은 5석, 국민의당은 3석만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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