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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치킨게임] 대외악재·비슷한 노선… 출혈경쟁 지속 전망
[항공업계 치킨게임] 대외악재·비슷한 노선… 출혈경쟁 지속 전망
  • 제갈민 기자
  • 승인 2019.12.0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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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 대부분 日 황금노선 버리고 동남아행… ‘모 아니면 도’
내년 기준 LCC만 9개사, 과당경쟁·업계재편 예고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항공업계가 기내식에서 돼지고기를 제외하고 대체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 항공업계가 ‘보이콧 재팬’과 ‘홍공 민주화 운동’ 등 대외악재에 노선 다변화 명목으로 동남아시아 노선 확대에 나섰으나 공급과잉 문제가 불거져 출혈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항공업계가 장기간 지속되는 대외악재에 출혈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한·일 갈등으로 빚어진 ‘보이콧 재팬’으로 황금노선이라 불리던 일본노선을 대거 축소·운휴하면서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이후 홍콩 민주화 운동으로 인한 여파에 홍콩 노선도 잇따라 축소하거나 운휴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여행 보이콧 확산 이전인 올해 상반기에는 저비용항공사(LCC)의 절반에 달하는 46%가 수익성이 좋은 일본 노선을 운항했었다. 그러나 한동안 악재 해소 기미가 보이지 않자 황금노선을 버리고 서둘러 살길 모색에 나섰다. 대부분의 LCC는 국내 제주 노선과 중국, 동남아시아 노선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LCC 업계는 동남아시아 신규 노선 취항과 특가항공권, 2020년 얼리버드 항공권 등 서로 더 저렴한 항공권 또는 다양한 혜택의 프로모션, 할인을 내세우며 고객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지난달 21일 인천~베트남 푸꾸옥 노선을 신규 취항하면서 지난 10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총액 운임을 할인 판매했다. 이와 함께 인천~필리핀 보홀과 인천~호주 골드코스트 등 경쟁사가 취항하지 않은 단독 운항 노선도 신규 취항했다. 호주 골드코스트는 호주 LCC인 제트스타와 공동운항(코드셰어)를 통해 운항한다.

티웨이항공은 지난달 22일 인천∼태국 치앙마이 노선에 신규 취항하고 주7회 운항에 나섰다. 티웨이항공의 태국 노선은 인천∼방콕, 대구∼방콕, 인천∼푸껫에 이은 네 번째다. 이외 보라카이·나트랑·다낭·하노이 등 동남아시아 노선과 중국·대만 등 동북아시아 노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진에어도 23개 국제선 중 약 48%에 달하는 11개 노선이 괌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노선이다. 진에어는 오는 25일부터 인천~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노선을 기존 주 7회에서 주 14회로 증편 운항한다.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노선은 진에어 단독 운항 노선이다.

단독노선을 취항하거나 기존 노선을 강화하는 등 LCC 업계도 불황을 타개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항공사가 동남아시아와 중국, 대만 등 비슷한 노선을 두고 경쟁하는 꼴이라 수익보다는 출혈이 더 클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전망이다.

앞서 한태근 에어부산 사장도 지난 10월 30일 에어부산 인천 취항 간담회에서 “중국과 동남아시아 노선은 현재 공급과잉”이라며 “일본이 살아나지 않으면 LCC의 어려움은 지속될 뿐 특별한 대안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일각에서는 너무 많은 국내 LCC가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지난달 플라이강원이 항공운송사업면허를 신규로 취득하면서 현재 국내 LCC는 7개사다. 내년에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로케이 2개사가 추가로 신규 면허를 발급 받을 시 LCC는 총 9개사까지 늘어난다.

인구 3억명이 넘는 미국의 LCC가 9개, 일본과 중국이 각각 8개, 6개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LCC 숫자는 과다하다는 것이다. 과당경쟁으로 문을 닫은 LCC는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올해만 △독일 게르마니아 항공 △아이슬란드 와우항공 △영국 토마스 쿡 항공 △프랑스 에이글 아주르, XL 에어웨이즈 △슬로베니아 아드리아항공 등이 연이어 파산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17년엔 유럽 제3의 LCC라 불리던 에어 베를린이 파산했고, 지난해에도 5개 LCC가 문을 닫았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외악재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기간을 버티지 못하는 항공사가 생겨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문을 닫거나 아시아나항공처럼 인수합병 되는 식으로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항공여행 인구(Flying age·15~64세)가 날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며 “꼭 이번이 아니더라도 좋든 싫든 언젠가는 겪게 될 진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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