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내에서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선후보가 일제히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찾아가 구애를 보냈지만 탐탁지 않은 반응이다. 여기에 이 대표와 윤 후보 간 신경전도 벌어지면서 시작도 전에 균열이 일어나는 모습이다.

이 대표와 윤 후보는 15일 서울 용산구 한 호텔에서 열린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 이야기-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 출판기념회에서 김 전 위원장을 향해 ‘러브콜’을 보냈다. 이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많은 역할을 해주시리라 확신한다”고 말했고, 윤 후보 역시 “그동안 쌓아 오셨던 경륜으로 저희를 잘 지도해주시고 이끌어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계기가 있으면 도와줄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명확한 답을 내놓진 않았다. 그는 국민의힘 선대위 출범 시점과 관련해서도 “그거(캠프 합류)에 대해 아무 시간표도 모르고 내용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대위 구성은 후보가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며 “제3자가 뭐라고 할 수 없다”고 공을 윤 후보에게 돌렸다.

국민의힘은 선대위 구성을 두고 크고 작은 잡음이 연일 지속되고 있다. 큰 틀에선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가 요구하는 ‘전면 재구성’과 윤 후보의 ‘확장 선대위’ 입장이 맞붙어 왔다. 최근 이에 대한 ‘교통정리’는 어느 정도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선대위원장 인선을 두고 신경전은 다시 불이 붙었다. 총괄선대본부장을 없애고 김종인 전 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에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다는 구상이 알려지면서다. 둘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점과 함께 경선 과정에서 ′영향력′ 등을 고려했을 때 김종인 전 위원장으로선 마음에 들지 않는 선택지인 셈이다.

당장 김종인 전 위원장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그런 이야기를 안 한다”며 “선대위를 구성하느냐 안 하느냐 얘기는 후보 본인의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뭐가 짜여지면 그때 가서 내가 판단하는 거지 내가 미리 말을 할 수가 없다”고 일축했다. 선대위 구성을 보고 참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그간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 ‘인물’을 강조해온 것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 이준석-윤석열 신경전 수면 위 부상

문제는 비단 이 뿐만이 아니다. 이 대표와 윤 후보 간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기 싸움도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윤 후보 측은 본경선에서 ‘손발’을 맞아야 한다는 이유로 한기호 사무총장의 교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윤 후보 측은 이에 대해 부인했지만, 실제로 한 총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논란은 새 국면을 맞았다. 여기에 더해 윤석열 캠프 인재영입위원장이었던 김영환 전 의원이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당직자는 이 대표를 통해 일괄사표를 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갈등설을 부채질 했다.

신경전은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과 백브리핑을 모두 생략했다. 이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도 연이어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답했다. 윤 전 총장은 ‘외연 확장’을 위해 이용호 무소속 의원과 ‘오찬’을 이유로 최고위원회에 불참했다. 윤 후보는 이날 출판기념회 후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구성은 잘 진행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당장 갈등이 진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사자들 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가운데 실타래가 거듭 꼬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가 연일 윤 후보 측 중진 인사들을 겨냥하고 있는 반면, 윤 후보 측은 당무 우선권 등 이미 존재하는 ‘후보로서 권리’를 근거로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규정을 들어 네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싸우기 시작하면 이제 좀 힘들어진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윤 후보 측은 이 같은 상황을 진정시키는 데 부심이다. 윤석열 후보 선대위 김병민 대변인은 이날 KBS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지금 나오고 있는 많은 인사들 간에 정말 불협화음 같은 거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윤 후보도 이날 직접 이 대표와 긴급회동을 갖고 ‘당 중심의 선대위 조직’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을 ‘직격’하는 말도 나온다. 김무성 전 의원은 이날 마포포럼에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이 분열의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를 도왔거나 앞으로 선거운동을 열심히 하겠다는 당원들을 파리 떼, 하이에나, 거간꾼으로 매도하는 것이 과연 선거에 도움이 되는 일인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