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선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윤 후보는 김종인 전 위원장과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선대위에 초빙해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선대위 인선과 관련, 김종인 전 위원장이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윤 후보의 당초 구상이 틀어지고 말았다.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 없이 선대위를 출범시킬지, 아니면 다시 손을 내밀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윤석열-김종인, 선대위 방향 두고 갈등

23일 김종인 전 위원장은 “내 일상으로 회귀하겠다. 더 이상 정치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윤 후보도 이날 오전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질문을 받자 불쾌감을 드러내며 “그 양반 말씀하는 건 나한테 묻지 마라”고 잘라 말했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신경전만 이어질 뿐 선대위는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 선출 직후부터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으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선대위 인선과 방향을 두고 윤 후보와 계속 충돌해왔다. 윤 후보는 ‘반문’(반문재인)을 기치로 한 ‘빅텐트’를 구상했지만, 김 전 위원장은 “그런다고 표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이 김병준 전 위원장과 김한길 전 대표 영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와 김병준 전 위원장을 각각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인선했다. 그러나 김종인 전 위원장 인선안은 본인의 요청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이때부터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이 파국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진영에서는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다.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을 필요로 하고, 김 전 위원장도 선대위 합류 전 주도권 다툼을 위해 ‘몽니’를 부리는 것이라는 의미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갈등은 ‘반문 빅텐트’ 뿐 아니라 세부 인선에서도 드러났다. 윤 후보는 권성동 사무총장 임명으로 인해 공석이 된 후보 비서실장 후임으로 장제원 의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장 의원의 가족 문제로 인한 여론 악화를 우려해 반대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지난 21일 장 의원과 함께 공개 일정을 수행했고, 정치권에서는 이 때문에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 여지 남긴 두 사람

그러다보니 ‘김종인 없는 선대위’ 출범에 대한 전망도 나온다. 윤 후보는 이날 당 경선 예비후보 7인과 함께한 오찬 자리에서도 “김 전 위원장에겐 더 할 말이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고 알려졌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에게 많은 배려를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그러나 ‘킹메이커’로 불리는 김 전 위원장을 놓친다면 윤 후보의 정치력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후보는 ‘김종인 선대위가 완전히 불발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김 박사께서 며칠 생각한다고 하셔서, 저도 기다리고 있겠다”고 밝혔다.

완전한 결렬 선언은 아닌 셈이다. 김 전 위원장 역시 이날 오전 ‘윤 후보가 찾아오면 만날 거냐’는 기자들 질문에 “찾아오면 만나는 거지 거부할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답해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당내에선 윤 후보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라고 발표한 순간 모든 위험은 (윤석열) 후보가 떠안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 영입 불발의 후폭풍은 후보가 감당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과거 문재인 대통령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파동’이 벌어지면서 김 전 위원장이 칩거를 하자, 양산에 머물던 문재인 대통령(당시 대표)이 김 전 위원장의 구기동 자택을 찾아가 설득한 바 있다.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 설득하는 모양새를 보여야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