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이야기 '비상대책위원장-김종인' 출판기념회에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참석자들이 기념 케이크 커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장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합류가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김 전 위원장의 ‘역할론’이 화두다. 당장 ‘경험’이 풍부한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당내 균열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된다.

윤석열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에서 상수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국민의힘이 김 전 위원장에게 ‘공’을 들이는 것은 단연 그의 중도 확장성 때문이다. 보수‧진보 정당을 오가며 주요 역할을 톡톡히 해낸 그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때 5‧18 묘지에서 ‘무릎 사과’를 하며 개혁의 의지를 보여줬다. 김 전 위원장의 행보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라는 결과로 입증됐다. 

국민의힘 내에선 줄곧 이같은 기대감이 지속돼 왔다. 하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김 전 위원장은 중도, 청년 확장 기조 중 중도 확장에 있어 아주 결정적 역할을 해주실 분”라고 치켜세웠다. 윤 후보도 전날(15일) 김 전 위원장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특정 이념이나 진영 정파에 갇혀 있는 분이 아니다”라며 “늘 국민을 생각하는 실사구시의 철학으로 무장된 분”이라고 언급하며 의중을 드러냈다.

중도 확장성을 챙기면서 윤 후보의 정치력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김 전 위원장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경선 과정서 정치 역량 부족을 고스라이 노출해 온 윤 후보로서는 본선 승리를 위해 그의 정치적 경험이 필요하다. 민주당이 견제구를 던지는 것도 이 지점이다. 민주당 선대위 정무조정실장인 강훈식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후보의 실력과 능력에 대해 부족하다고 생각하니 김 전 위원장을 모셔와야 극복된다고 판단하는 건 아닌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 당내 분열 우려도 고개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김 전 위원장을 끌어당기고 있지만 그는 ‘요지부동’이다. 윤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과 오찬을 갖기 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냐는 질문에 “선대위, 당 인사 이런 것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을 아꼈다. 

윤 후보를 둘러싼 측근들을 ′파리 떼′라고 저격하며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김 전 위원장은 일단 선대위 구성을 보고 합류 여부를 결정짓겠다는 속내다. 본선에서 자신이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후보 측근인 중진들의 ‘입심’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오는 17일 최종 선대위 구성안을 두고 김 전 위원장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렇다 보니 김 전 위원장의 합류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든다. 당내 분열을 ‘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가장 전면에 나선 건 당내 원로들이다. 김무성 전 의원이 전날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을 향해 ‘분열의 리더십’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이날은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도 가세했다. 이 상임고문은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젊은 사람들이 무슨 킹메이커 역할에 따라 표가 좌우되고 그런 게 아니지 않나”라고 그의 역할론을 일축했다. 

국민의힘 내 ‘원팀’에 대한 우려도 뒤따른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과의 결합이 문제다. 그간 홍 의원에게 팔을 벌린 윤 후보는 이날도 “조만간에 좀 더 찾아뵙고 할 것 같다”며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홍 의원은 이날 온라인 청년 플랫폼 ‘청년의 꿈’에 김 전 위원장을 겨냥해 “아날로그 시대에나 통하는 분”이라고 혹평했다. 김 전 위원장이 합류한 선대위에 홍 의원이 참여하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까닭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단일화 국면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재오 상임고문은 이날 라디오에서 “(안 후보와 단일화도) 어려울 것”이라며 “두 분이 원체 정서가 안 맞으니 단일화가 쉽겠나”라고 말했다. 앞서 안 후보는 한 라디오에서 윤 후보 선대위 내 ‘김종인 역할론’을 묻는 질문에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는 사람을 대통령감으로 생각하겠는가”라며 김 전 위원장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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